[펀펀(FunFun) 전례] (36) 한가위 미사 제대 앞에 차례상?
차례상 있어도 미사는 하느님 향하는 것 기억해야 - 제대 앞에 차려진 차례상.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세라 : 신부님, 한가위가 다가오네요. 저희 가족은 명절이 되면 항상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좋은 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티모 : 한가위는 추수의 풍요로움을 나누는 즐거움이 가득한 명절이지요. 그리스도인은 수확의 기쁨을 주시는 분이 바로 만물을 관장하시는 하느님임을 고백하고 감사드리는 미사를 봉헌하지요. 민이 : 신부님, 저는 작년 한가위 때 할아버지 본당에서 미사를 드렸어요. 그런데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려놓고 신자들이 절을 하더라고요. 본당 신자들이 명절을 함께 보낸다는 점에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어색했어요. 티모 :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되면 제대 앞에 차례상을 차려놓고 미사 중 분향과 절을 하게 하는 본당들이 생겨났어요. 아무래도 명절 분위기를 내고 제사를 제대로 드리기 어려운 신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세라 : 저희 본당에도 한가위 미사에 차례상을 차리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다고 들었어요. 티모 :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것이 있어요. 제대 위의 성체와 성혈 외에 또 다른 차례상이 필요한가 하는 부분이죠. 차례상 앞에서 절을 할 때 누구에게 하는 것일까요? 신자들이 나와서 분향할 때도, 하느님께 마음을 올리는 기도의 의미로 분향을 하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민이 : 미사는 조상님이 아니라 하느님께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티모 : 그래요. 미사는 예수님께서 참된 희생 제물이 되시는 제사에서, 집전하는 사제의 인격에 함께하시는 예수님과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을 향해 드리는 것이죠. 신자들이 그 부분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제대 앞에 차려진 차례상을 보면서 자신의 조상들에게 향을 올리고 큰절을 한다면, 그것은 미사가 아니라 그냥 제사죠. 세라 : 그래도 한편으로 보면 한가위 미사에 가서 미사도 봉헌하고 조상 제사도 드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티모 : 제사는 전례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를 표현하는 예식이지요. 차원이 다른 제사를 함께 행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아울러, 성모님과 성인들에 대한 신심행위도 미사에 들어올 수 없지요. 잘못하면 하느님 자리에 성모님과 성인을 올려놓는 잘못을 범하기 때문이에요. 민이 : 그럼 한가위 미사는 어떻게 드리면 좋을까요? 티모 : 시간과 공간적 측면에서 미사와 차례를 구분해서 행하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겠지요. 미사에서는 지향과 전례기도들을 통해 충분히 조상에 대한 효를 표하고 기도할 수 있어요. 신자들의 편의를 생각하고 신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물론 필요하겠지만, 신자들을 참된 신앙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참된 사목임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가톨릭신문, 2016년 9월 11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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