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영성체 예식 “영성체”는 “성체(와 성혈)를 받음”이라는 뜻으로 축성된 빵과 포도주, 곧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행위를 가리킵니다. 영성체 예식은 성찬 전례의 셋째 부분으로서 예물 준비와 감사기도처럼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쪼개어, 그리고 잔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받아 먹어라. 받아 마셔라.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영성체 예식은 이 동작과 말씀을 되풀이하며 예수님의 명령을 실천합니다. 영성체를 가리키는 라틴말 “콤무니오”(communio)는 “공동 소유, 참여”, 나아가 “일치, 친교”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영성체는 신자들이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식사에 참여하여 주님과 온전히 일치하고 친교를 누리며, 나아가 주님의 몸과 피를 모시는 신자들도 주님 안에서 한 몸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고대 교회에서 죄를 지어 공동체와 친교가 끊기는 것은 본디 거룩한 식사, 곧 영성체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excommunicati). 참고로 사도신경의 “성인들의 통공”에도 이 말을 씁니다(sanctorum communionem). 영성체 예식은 미사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미사를 회식 형태로 제정하고,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자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사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본질입니다. 성 바오로는 미사를 “주님의 만찬”, 또는 “주님의 식탁”이라고 부릅니다. 사도 시대에 미사의 다른 이름 “빵 쪼갬”(fractio panis)은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식사에서 먹고 마시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미사에서 적어도 주례라도 영성체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제나 다른 신자는 누구를 대신해서 음식과 음료를 섭취할 수 없습니다. 주님 만찬에 참여하는 것은 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 미사는 제사로서도 영성체를 지향합니다. 이 제사에서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자신을 제물로 아버지께 바치십니다. 이 제물은 신자들의 영적 음식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만찬에 참여하는 것은 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고, 이로써 주님의 제사에 더욱 완전하게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영성체는 주님을 기억하는 미사의 본성을 실현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라는 낱말에는 가장 먼저 그 분의 몸과 피를 음식과 음료로 모시는 것이 포함됩니다. 성 바오로는 이렇게 확인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님의 죽으심을 선포하고, 이것을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십시오.”(1고린 11, 26). 주님의 몸을 먹고 그분의 피를 마시는 것은 그분을 기억하는 것,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한편, 미사의 전체 구조는 영성체로 집중됩니다. 먼저, 말씀의 전례는 영성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미사는 말씀과 성찬, 두 식탁으로 이루어집니다. 말씀 식탁에서, 특히 복음과 강론에서, 신자들은 말씀 형태로 영성체를 하여 양식을 삼고, 나아가 미사의 정점이며 완성을 이루는 영성체에 참여를 준비합니다. 또한 빵과 포도주의 봉헌도 영성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대 교회에서는 영성체를 할 수 없는 이는 봉헌도 할 수 없었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봉헌은 제사 외에도 봉헌자의 영성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이 영성체를 드물게 하게 된 두드러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예물 봉헌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감사기도의 핵심 요소인 “일치 성령 청원”도 영성체와 깊이 연결됩니다. 주님의 몸과 피인 빵과 포도주를 함께 먹고 마심으로써 신자들은 서로 “한마음 한 몸”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영성체 역사는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에서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사도들은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주님의 몸을 먹었고 그분의 피를 마셨습니다. 초기 교회에서는 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마지막 만찬에서 한 것처럼 모두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셨습니다. 미사는 구원의 기념제이고 주님의 몸과 일치하는데서 이루어진다고 이해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4세기부터 차츰 영성체가 드물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중세 서방에서는 성체 안의 실제 현존에 관심을 더 두게 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성체를 영성체와 떼어 생각하게 하고 성체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신자들은 영성체에 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4차 라테란 공의회는(1215) 신자들은 적어도 한 해에 한 번 파스카 시기에는 영성체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5세기부터는 잦은 영성체 관습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영성체를 미사의 본질로 제시하며 미사 때마다 영성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가르칩니다. “미사에 더욱더 완전한 참여를 권장한다. 이를 위하여 신자들은 같은 제사에서 사제 영성체 뒤에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신다.”(전례 55). “성찬례 거행은 파스카 잔치이므로 신자들은 주님의 명령에 따라 합당하게 준비하여 주님의 몸과 피를 영적 양식으로 받아 모시는 것이 마땅하다.”(총지침 80). 사실 성체 축성과 성체 안의 실제 현존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사의 참된 의미는 주님과 일치, 주님 안에서 신자들이 서로 일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A. 아담). 영성체 예식의 핵심은 빵 나눔과 영성체 초기에는 영성체 부분에 특별한 예식이 없었습니다. 감사기도를 바친 뒤에 곧바로 영성체를 하였습니다. 2세기 유스티노는 이렇게 증언합니다. “그다음에 감사의 기도를 바친 그 음식을 분배하여 참석자는 저마다 그것을 받아 모시며 참여치 못한 이들에게는 부제들을 통하여 그것을 보냅니다.”(호교론). 4세기부터 영성체 예식과 관련된 자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로마에서 영성체 예식은 처음에는 빵 나눔으로 시작되어 주님의 기도, 평화의 예식, 영성체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성 그레고리오 교황(+ 604) 시대 순서가 바뀌어, 주님의 기도, 평화의 예식, 빵 나눔, 영성체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축성된 포도주 잔에 축성된 빵의 한 조각을 섞는 “혼합 예식”이 도입되면서 주님의 기도, 빵 나눔과 혼합, 평화 예식, 영성체 순으로 바뀌었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개혁에서는 성 그레고리오 교황 때 굳어진 순서를 유지하면서 더 자연스럽고 단순한 영성체 예식을 마련하였습니다. 주님의 기도, 평화 예식, 빵 나눔과 혼합, 영성체. 영성체 예식의 핵심은 빵 나눔과 영성체입니다. 주님의 기도와 평화 예식은 준비 예식입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사제의 권고와 주님의 기도가 있고, 후속 기도와 영광송이 뒤따릅니다. 평화 예식은 사제의 기도, 회중의 평화 동작으로 이루어집니다. 빵 나눔은 축성된 빵을 나누는 동작과 그 작은 조각을 성작에 섞는 동작, “하느님의 어린양” 노래가 있습니다. 영성체에는 준비기도, 현시와 권고, 사제의 개인기도. 성체와 성혈을 모심, 영성체송으로 이루어집니다. 영성체 후 예식으로는 침묵 기도. 찬미의 성가, 영성체 후 기도가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4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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