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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주님의 기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5-09 조회수8,472 추천수1

[전례의 숲] 주님의 기도

 

 

초 세기에는 감사기도가 끝나면 곧바로 빵 나눔과 영성체를 하였습니다. 4세기부터 거룩한 주님의 몸과 피를 합당하게 모시기 위한 준비 예식들이 생겼습니다.

 

오늘날 영성체 준비 예식은 주님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이 기도는 감사기도를 종합하고 영성체를 준비하는 기능을 갖습니다. 곧, 거룩한 제사와 거룩한 식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합니다. 한편, 주님의 기도는 영성체 예식에 속하기 때문에 미사 밖에서 이루어지는 영성체 예식에서도 바칩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입니다. 예수님 뜻에 따라 신자들과 하느님의 관계, 곧 아버지 어머니와 아들딸의 친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자신도 하느님을 아이처럼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십니다. 나아가 주님의 기도는 공동체의 기도, 곧 형제들과 함께, 형제들을 위하여 바치는 기도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주님의 기도는 교회의 모든 기도문 가운데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기도는 고대에는 세례를 받은 신자들만 알 수 있고 바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예비자들은 세례 절차에 따라 “주님의 기도 수여식”을 통하여 이 기도를 바칠 수 있는 자격을 얻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그 내용으로도 그리스도교의 “근본 기도”이며, “복음 전체의 요약”(Breviarium totius Evangelii) (테르툴리아노), 또는 “복음의 종합”입니다(C. 마르티니). 또한 주님의 기도에는 “올바르게 바라는 모든 것, 그리고 바라는 것들의 순서”도(성 토마스 아퀴나스) 들어있습니다. 또한 영적인 기도이며, “열린 기도로서 모든 기도의 출발이자 기준”(U. 반니)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기도의 봉인”입니다(테르툴리아노).

 

사도들은 주님의 기도의 본문 뿐 아니라 바치는 관습도 전했습니다. “디다케”라는 옛 문헌은(1-2세기) 주님의 기도를 하루에 세 번 바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공식적으로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바칩니다. 시간 전례의 아침과 저녁기도, 그리고 미사에서. 중세에 수도원에서 글 모르는 이들은 시편 기도 대신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도 하였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감사기도를 종합하고 영성체를 준비하는 기능

 

미사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관습은 4세기에 일반화되었습니다. 동방 전례에서 오랜 관습에 따라 빵 나눔 뒤에 영성체 직전에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로마에서는 성 그레고리오 교황(+604) 때 주님의 기도를 장엄한 감사기도의 “보충”으로 보고 빵 나눔 앞에 놓았습니다.

 

미사에 주님의 기도가 들어간 까닭은 무엇보다 영성체와 관련이 있는 빵(양식)과 용서의 간청 때문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날마다 필요한 양식(빵)을 청합니다. 양식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양식은 음식이 근본이지만 일자리도 중요하고 자유와 평화와 우정도 필요합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여러 종류의 양식 걱정이 없는 사람은 수많은 다양한 배고픈 사람을 대변하여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실을 필요가 있습니다(A. 아담).

 

그러나 주님의 기도에서 청하는 “이 양식은 그리스도인에게는 무엇보다 성찬의 빵을 뜻합니다.”(총지침 81). 옛 교부들은 이 빵을 예수 그리스도, 곧 생명의 말씀,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으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빵이십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테르툴리아노).

 

또한 주님의 기도에서 죄의 용서를 청하며 영성체에 합당한 준비를 합니다(총지침 81).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기 전에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까?” “이 말로 우리는 씻은 얼굴로 제대에 다가가며, 이 말로 우리 얼굴을 씻은 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십니다.”

 

주님의 기도는 동방과 서방의 갈리아 전례에서는 교우들의 기도였습니다. 에스파냐 전례에서는 주례의 기도였지만 교우들이 각 청원에 “아멘”으로 응답하였습니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주님의 기도를 감사기도와 같이 주례의 기도로 생각하여 주례 홀로 바쳤습니다. 마지막 청원 “악에서 저희를 구하소서.”(libera nos a malo)만 신자들과 함께 바쳤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으로 회중의 기도로 복구되어 처음부터 사제와 교우들이 함께 바칩니다.

 

한편 어떤 본당에서는 교우들이 사제와 함께 팔을 벌리고 하기도 합니다. 미사경본은 “사제는 팔을 벌리고 교우들과 함께 기도한다.”라고 말하며 교우의 동작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교우들이 팔을 벌리는 것은 보통 의무가 아니라 허용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직접 제정하고 가르쳐주심을 기억

 

사제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 전에 짧은 권고를 합니다. 권고는 주님의 기도의 머리말입니다. 그 목적은 주님의 기도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존경심과 용기를 가지고 바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이는 고대부터 모든 전례 가족에게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콥트 전례에서는 아름다운 기도문을 싣고 있습니다. “저의 영혼을, 저희 몸을, 저의 정신을, 저의 마음을, 저희 눈을, 저희 이해를, 저희 생각을, 저희 의식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가 깨끗한 마음, 맑은 영혼, 부끄럽지 않은 얼굴, 거짓 없는 믿음, 완전한 사랑, 굳은 희망을 가지고, 하늘에 계신 거룩하신 아버지 하느님, 당신께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감히 아뢰게 하소서.”

 

미사경본 라틴어판은 한 가지 권고만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직역하면, “우리는 구원(자)의 명령으로 권고를 받고 신적인 가르침으로 양성을 받았으니 감히 아룁시다.”(Praeceptis salutaribus moniti et divina institutione formati audemus dicere). 전통적인 이 구절은 치프리아노(+258)의 본문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뜻을 해석하여 옮겼습니다.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아무튼 이 권고는 예수님께서 이 기도를 직접 제정하시고 가르쳐주셨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그 가르침 속에는 하느님과 우리의 새로운 관계도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하느님을 감히 아버지라 부를 수 있습니다(audemus dicere). 아들딸이 아버지 어머니에게 하는 것처럼 우리가 하느님께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것은 중요하고도 큰 특전입니다.

 

주님의 기도 마지막에 사제는 홀로 “부속기도”를 바칩니다. 주님의 기도의 부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 마지막에 오는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청원의 내용을 밝히며 발전시키기 때문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은 옛 기도를 다듬으며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구절을 덧붙였습니다. 부속기도는 혼인 미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에서 바칩니다.

 

마지막으로 부속기도에 교우들은 영광송을 바치며 응답합니다.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 이 영광송은 공의회 뒤에 새로 넣은 구절입니다. 성경과 유다교 전통에 뿌리를 둔 이 영광송을 교회는 고대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디다케). 로마에서는 6세기 부속기도가 도입되었을 때 이 영광송이 사라졌지만 공의회 뒤에 복구하였습니다. 이 영광송은 모든 동방 교회에서 사용하고 서방의 개신교에서도 거의 모두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이 영광송을 넣은 것은 “그리스도 일치 운동”과 관련한 한 발걸음일 수 있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5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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