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생활] 부활 성야 미사의 ‘성대한 알렐루야’ 우리는 얼마 전 전례주년의 절정인 예수 부활 대축일을 지냈다. 그 전날 밤에는 교회 전례에서 가장 장엄하게 거행하는 부활 성야 미사를 봉헌하였다. 성대하게 거행한 이 성야 미사에서 노래한 ‘알렐루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활 성야 미사의 복음 전 환호는 ‘주님을 찬미하라.’는 뜻의 ‘알렐루야’는 파스카 사건을 통해 구원의 신비를 체험한 하느님 백성이 부활하신 주님께 올리는 전형적인 환호이다. 알렐루야 중에서도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결정적으로 선포하는 부활 성야 미사의 알렐루야가 가장 장엄하며, 그래서 ‘성대한 알렐루야’(alleluia solemnis)라고도 부른다. 부활 성야의 알렐루야는 성대한 만큼 노래하는 방식도 다소 복잡하다. 그래서 이 알렐루야를 어떻게 노래하는지에 대해 신자들 사이에 오해와 논란이 조금 있는 듯하며, 어떤 이들은 성대한 알렐루야 뒤에 다시 ‘복음 전 알렐루야’를 노래한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과연 부활 성야 미사의 복음 전 환호는 두 가지인가? 또 어떤 방식으로 노래하는 것이 올바른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부활 성야 미사에서 성대한 알렐루야를 시편118(117)편과 함께 ‘화답송’(和答誦 : responsorialis) 형식으로 부른 뒤에 시편 117(116)편을 ‘연송’(延頌 : tractus) 형식으로 불렀던 관습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 전 노래’라는 하나의 예식 단위를 이루고 있던 것이며, 게다가 오늘날 이 연송을 공식적으로는 노래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부활 성야 미사에서 성대한 알렐루야를 주례 사제인 교황과 회중이 세 차례 음을 올려 가면서 부른 다음에, 시편 118(117)편의 각 구절을 성가대가 부를 때 회중은 또 다른 선율로 후렴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노래하여 각각의 시편 구절에 응답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2001년, 2002년, 2003년 부활 성야 미사에 대한 교황청의 예식서 참조). 그로 말미암아 마치 서로 다른 두 개의 알렐루야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하나의 단일한 복음 전 노래 부활 성야 미사의 성대한 알렐루야를 노래하는 방식을 전례 원전의 예규들은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주교 예절서」 352-353항과 1988년 1월 16일 자 경신성사성 회보 「파스카 축제」(De festis paschalibus) 87항에 따르면 이러하다. 먼저, 부활 성야 미사를 주교가 주례할 경우에, 성대한 알렐루야 직전에 부제가 주교에게 성대한 알렐루야를 선포해 주도록 다음과 같이 노래하며 간청한다. “지극히 존경하올 주교님, 주교님께 크나큰 기쁨을 알리오니, 바로 알렐루야입니다”(Reverendissime Pater, annuntio vobis gaudium magnum, quod est Alleluia). 이렇게 부제가 주교에게 성대한 알렐루야를 선포할 순간임을 알리면, 주교는 그동안 수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묻혀 있었던’ 알렐루야를 장엄하게 선창함으로써 이 ‘알렐루야의 부활’을 통하여 주님의 부활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알렐루야를 주례자가 선창하면 회중이 되풀이하는데, 음을 올려 가면서 세 차례 반복한다. 그러고 나서 시편 118(117)편을 ‘알렐루야’라는 후렴과 함께 화답송 형식으로 노래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알렐루야로 시작하여 알렐루야로 끝나는 하나의 단일한 복음 전 노래이며, 이어서 바로 복음 선포로 들어간다. 2008년에 반포된 현행 「로마 미사 경본」인 제3표준 수정판에 제시된 예식 규정은 다음과 같다. “34. 서간을 봉독하고 나면 모두 일어선다. 사제는 목소리를 차츰 높여 가며 ‘알렐루야’를 성대하게 세 번 선창하고 그때마다 모든 이가 되풀이한다. 필요하다면 시편 담당자가 ‘알렐루야’를 선창한다. 그런 다음 시편 담당자나 선창자가 시편 118(117)편을 노래하고 교우들은 ‘알렐루야’로 화답한다”( ‘부활 성야’ 34항). 「미사 독서 목록」 41항은 이때 노래하는 시편 구절에 대해 더욱 상세하게 제시하는데, 시편 118(117)편의 1-2절과 16-17절, 22-23절을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라는 후렴과 함께 화답송 형식으로 부르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부활 성야 미사 때 부르는 복음 전 노래의 절차를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알렐루야’ 선창 - ‘알렐루야’ 화답. ② (음을 조금 높여서) ‘알렐루야’ 선창 - ‘알렐루야’ 화답. ③ (음을 조금 더 높여서) ‘알렐루야’ 선창 - ‘알렐루야’ 화답. ④ 시편 118(117)편 1-2절 - ‘알렐루야’ 화답. ⑤ 시편 118(117)편 16-17절 - ‘알렐루야’ 화답. ⑥ 시편 118(117)편 22-23절 - ‘알렐루야’ 화답. 단일한 구조가 잘 드러나야 「미사 독서 목록」에 제시된 후렴인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는 성대한 알렐루야의 전통적인 선율을 사용할 경우, 이미 하나의 ‘알렐루야’에 해당하는 선율이 길고 장엄하므로 한 번으로 족할 것이다. 「로마 미사 경본」에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그냥 “알렐루야로 화답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부활 성야의 성대한 알렐루야는, 평상시 복음 전 노래인 알렐루야에서 ‘알렐루야 구절’이 시편 구절 세 개로 확장되어 화답송 형식을 취하였다. 또한 ‘알렐루야 구절’ 전에 노래하는 후렴 ‘알렐루야’가 세 차례 음을 올려 가며 주고받도록 확장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그 형식에서 여전히 하나의 단일한 ‘복음 전 노래’를 이룬다. 그러나 세 차례 선창하고 화답하는 ‘알렐루야’를 전통의 선율로 노래한 다음, 시편 구절에 화답하는 ‘알렐루야’를 앞의 ‘알렐루야’와는 다른 새로운 선율로 노래한다면 두 개의 알렐루야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후렴의 선율이 달라졌기에 시편 구절을 노래하기 전에 선창자가 다시금 새로운 선율로 후렴을 선창하고 회중이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 뒤에 시편 118(117)편의 각 구절을 후렴과 함께 화답송 형식으로 노래하기에 앞서 세 번 반복하여 노래한 ‘알렐루야’와는 별개의 화답송 하나가 새로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세 차례 반복하여 주고받는 ‘알렐루야’를 전통의 선율로 노래한다면 되도록 거기에 어울리는 선율로 시편 구절을 노래하고, 그에 대한 후렴은 성대한 알렐루야의 선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예식을 거행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전례 사목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성대한 알렐루야의 전통 선율은 ‘8선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시편 118(117)편의 각 구절을 8선법용 시편 창법으로 노래하는 것이 ‘알렐루야’라는 후렴의 선율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가장 무난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성대한 알렐루야의 선율을 새로 작곡하는 경우에도 성대하게 확장된 그 단일한 구조가 잘 드러나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 신호철 비오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겸 교목처장,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5월호, 신호철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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