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2] (14) 세례성사(洗禮聖事): 다시 태어나는 성사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니코데모가 예수님을 찾아왔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런 말씀을 들려주셨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이 말씀에 깜짝 놀란 니코데모는 물었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1-5 참조)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교회의 가르침은 그것이 바로 ‘세례성사’임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세례성사로 …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 새로운 창조물이 되어 하느님의 자녀라 불리고 또 실제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그리스도교 입문 총지침, 2항).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새 생명을 얻어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세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교회는 예비 신자들이 그리스도인이 되고, 완전히 가톨릭 교회 안에 머물며 친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계별 입교 과정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 이 단계는 세 가지 전례 예식으로 표현되는데, ① 예비 신자로 받아들이는 예식, ② 선발 예식, ③ 성사의 거행이다. 예비 신자들은 ‘받아들이는 예식’을 통해 교회 공동체 앞에서 자신의 의지를 밝히고, 교회는 그 지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인다. 세례성사를 받기 전, ‘선발 예식’을 통해 신앙과 기도의 핵심이 담긴 ‘신경’과 ‘주님의 기도’ 수여식을 갖고, 끝으로 ‘세례성사 예식’ 중에 세례(洗禮)를 받음으로써 새 생명을 얻게 된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대개의 경우 이러한 ‘단계적 입교 예식’을 거행하지 않고, ‘예비신자 환영식’ 후 일정 기간 교리를 받게 한 뒤에 이 단계들을 하나로 축약한 ‘간략한 입교 예식’을 통해 예비신자들을 교회로 받아들인다. 교리를 받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며 세례성사 받기를 주저하는 이들을 종종 본다. 차라리 일찍 유아 세례*를 받는 것이 편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교회가 여러 단계의 입교 과정을 축약하면서도 세례성사 전에 교리 교육을 빼놓지 않는 이유는 교리교육을 통해 “예비 신자들이 하느님의 주도에 응답하고 교회 공동체와 하나 되어, 그 회개와 신앙이 성숙하도록”(가톨릭교회교리서, 1248항) 하는데 있다. * ‘유아세례’의 경우 역시, 예비 단계들을 하나로 축약해서 세례를 주고 있다. 하지만 유아들은 세례 전에 교리를 받지 못했기에 세례 후 반드시 교리 교육 기간이 필요하다. 유아는 “아직 철이 들지 않아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하지 못하는 나이의 아이”(유아 세례 예식, 1항)를 말한다. [2017년 5월 21일 부활 제6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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