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2] (19) 미사 때 향을 왜 피우나요? 미사 중 ‘콜록콜록’ 신자들의 기침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대축일 미사라 향을 썼기 때문이다. 향을 든 복사와 함께 입당하여 바로 제대에 분향(焚香 : 향을 피우는 것)을 하였으니, 성당 안은 향 연기로 가득하고 이곳저곳에서 신자들은 기침을 한다. 그 중 어떤 이들은 뿌연 연기 사이로 신부님을 힐끗 보고, 벽에 있는 창문을 바라본다.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 ‘창을 열어야 하나~~.’ ‘아니야, 무슨 이유가 있으니까 향을 썼겠지. 왜 오늘 향을 썼을까?’ ‘향(香)’은 한자로는 ‘좋거나 아름다운 향기 또는 이러한 향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지만, 교회에서 ‘향’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연기를 내면서 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향’에 해당하는 라틴어 ‘인첸숨(incensum)’은 ‘태우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향 가루(또는 향 덩이)를 향로의 숯불 위에 놓아 태워서 ‘향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게’ 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향을 피우는 제단을 만들라고 말씀하시고, 아론으로 하여금 매일 아침과 저녁에 주님 앞에서 향을 피우도록 명령하셨다(탈출 30,1-10 참조). 시편 저자는 주님께 부르짖으며 “저의 기도 당신 면전의 분향으로 여기시고, 저의 손 들어 올리니 저녁 제물로 여겨 주소서”(시편 141,2)라고 기도하고 있다. 또한, 신약 성경 「요한 묵시록」에서는 천사 하나가 어좌 앞 금 제단에 많은 향을 바쳤고, 천사의 손에서 “향 연기가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묵시 8,3-4 참조). 이처럼 ‘분향을 한다’는 것은 향 연기가 하늘에 올라가듯, 우리의 마음과 정성과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① 미사 중에 제대나 봉헌 예물을 두고 분향하는 것은, 그 제대와 예물이 하느님께 바치는 도구이며 봉헌물이기에 분향을 통해 세속과 성별되는 거룩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祭物)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② 미사 중에 사제나 신자들에게 분향하는 것은, 거룩한 전례에 참여하는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거룩함으로 불림을 받았음을 드러낸다. 또한 분향을 받은 신자들은 분향 연기가 하늘에 오르듯 자신의 마음과 기도를 하느님께 들어 높여야 하는 것이다. ③ 장례 예식(고별식)에서 죽은 이에게 분향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누리는 마지막 품위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죽은 육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품안으로 받아 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다. 한국천주교회에서 대부분의 본당의 경우, 매일 미사 중에 향을 쓰지는 않지만, 주일이나 대축일에는 미사에는 향을 쓰는 경우가 많다. 모든 미사에서 향을 쓸 필요는 없으나 되도록 성대한 축제 때에는 향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향은 단순히 전례 때 향기를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기도와 정성을 더욱 더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 ~~ 쳐든 손 저녁 제사 같게♪ 하시옵소서♬”(가톨릭성가 510번) * 성체나 복음서에 드리는 분향은 흠숭과 공경을 뜻한다. [2017년 6월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남북통일 기원 미사)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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