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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새로 나오는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 새 로마 미사 경본에서 달라진 점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16 조회수7,516 추천수0

[경향 돋보기 - 새로 나오는 우리말 「로마 미사 경본」] 새 「로마 미사 경본」에서 달라진 점들

 

 

새 「로마 미사 경본」의 발행 배경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 안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자국어 미사 거행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7년부터 우리말로 미사를 거행하기 시작했고, 1975년에 우리말 첫 「미사 경본」을 발행하였다. 그리고 주교회의 1987년 추계 정기 총회의 결정에 따라 미사 통상문을 비롯해 모든 전례문과 예식서를 우리말 어법과 고유 예법에 맞게 개정하기로 하고, 1996년에 개정한 「미사 통상문」을 발행하였다.

 

이후에도 미사 경본의 개정 작업은 계속하여 라틴어판 최종본인 「로마 미사 경본」  제3표준판(2002년, 이하 제3판)과 그 제3표준 수정판(2008년, 이하 수정판)을 바탕으로 개정 작업을 완료하고, 2017년 2월 21일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새롭게 「로마 미사 경본」을 펴내게 되었다. 이 미사 경본은 한국어 제3판으로 다가오는 12월 3일 대림 제1주일부터 사용한다. 참고로 라틴어 수정판은 제3판에 약간의 수정을 가한 것이기에,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미사 경본의 기본은 2002년에 발행된 제3판으로 보면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라틴어판 최종본인 「로마 미사 경본」 제3판과 그 수정판 전체를 번역한 미사 경본은 갖지 못하고, 미사 봉헌에 필수적인 부분과 그 외에도 필요에 따라 「미사 경본 총지침」 등을 부분적으로 번역하여 소책자로만 활용해 왔다.

 

이번에 발행되는 한국어판 미사 경본은 라틴어판의 완전한 번역으로서, 원본에 있는 악보도 그대로 실어 본연의 의미의 ‘노래 미사’(Missa Cantata)를 봉헌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보통 ‘창 미사’라고 하는 노래 미사는 ‘대영광송’과 ‘거룩하시도다’, ‘하느님의 어린양’ 등을 노래로 바치는 미사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노래 미사는 본디 미사 시작의 성호경부터 사제와 신자의 인사 그리고 감사송 등 미사 경문의 많은 부분을 노래로 바치도록 되어 있고, 이번에 이 모든 악보를 함께 실은 것이다.

 

한편 1975년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지속적인 전례 개혁이 이루어지면서 이를 반영한 여러 예식서가 발행되었다. 여기에는 전례 예식에 관한 최근의 사도좌 문헌들과 개정된 「교회법전」(1983년)을 반영하였다. 또한 여러 지역 교회에서 라틴어 미사 경본 제2표준판을 번역하여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역 교회의 개별적인 적응들을 더하고 고치는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

 

이번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위의 적응들을 반영한 라틴어 「로마 미사 경본」 제3판과 그 수정판 전체를 번역하여 라틴어 경본과 온전히 같은 형태의 우리말 미사 경본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한국 교회의 특수성에 비추어 적응해야 할 부분에 대하여 사도좌의 추인을 얻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새 「로마 미사 경본」의 특징

 

한국 교회에서 이번 「로마 미사 경본」의 발행으로 미사 거행 방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대대적인 전례 개혁이 이루어지고 자국어로 미사를 드리면서 전례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심화되고 정착되어 갔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문화에 적응해야 할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지난 30-40년간 지속되어 왔다.

 

이 긴 과정의 결실이 라틴어 「로마 미사 경본」 제3판과 수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이 원본을 충실히 번역하면서 우리 교회와 문화에 적응해야 할 부분을 논의하고 사도좌의 추인을 얻어 새 「로마 미사 경본」을 발행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이번에 발행되는 미사 경본은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사용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미사 거행에서 달라지는 일부 시행들을 살펴보기 전에 한국어 미사 경본의 원문이 되는 라틴어 미사 경본 제3판의 특징 몇 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1) 미사의 교회론적인 차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사제가 혼자 드리는 미사가 첫자리에 있었다. 이것은 트리엔트 공의회 직후(1570년)반포된 지침에 따른 것으로,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서 양쪽 벽을 따라 작은 제대가 여러 개 있는 것도 사제들이 혼자 미사를 드리도록 한 것이었다.

 

이와 달리 제3판은 미사 전례의 교회론적이고 공동체적 차원을 강조하여 사제가 교우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성찬례의 전형적인 형태로 제시하였다( 「미사 경본 총지침」, 115항 이하 참조). 그뿐 아니라 특히 지역교회에서 주교가 사제단, 부제들 그리고 봉사자들에게 둘러싸여 하느님 백성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를 첫자리에 두었다(전례 헌장 41항; 「미사 경본 총지침」, 112항 참조).

 

2) 「미사 경본 총지침」 제9장은 이전 경본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다. 여기에서 각 지역 교회는 로마 전례의 본질적인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교회 주교들이 사목적 필요에 알맞게 미사 경본에 제시되지 않은 적응들을 마련하는 길을 열어 두었다.

 

3) 이전에는 신앙 고백문으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주로 사용해 왔는데, 제3판에서 사도 신경을 폭넓게 특히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에 바칠 수 있도록 명시하였다. 신학적으로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이 더 완전하기는 하지만, 사도 신경도 신앙의 핵심을 잘 표현한 것으로 초세기 교회로부터 물려받은 교회의 소중한 유산이다. 사도 신경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보다 더 오래되었고, 또한 동·서방 교회가 공유하는 신앙 고백문이다.

 

4) 전례 시기에 알맞고 한층 더 풍요롭게 완전한 전례문을 제시하였다. 이전에는 대림 시기 평일에 사용하는 몇 개의 기도문만을 제시하였는데, 대림 시기의 모든 평일에 고유한 기도문을 수록하였다. 그리고 부활 시기에 부활 팔일 축제의 기도문을 반복하여 사용하던 이전과는 달리 부활 시기의 모든 날에 옛 성사집에서 가져온 고유 기도문을 수록하였다. 또한 1975년 이후 보편 전례력에 들어온 새로운 축제일 거행을 위한 전례문들을 넣었고, 성모 마리아 공경을 촉진하고자 새로 미사 전례문을 만들어 복되신 동정 마리아 공통 미사를 풍부하게 하였다.

 

5) 그레고리오 성가 악보를 부록이 아니라 통상문과 고유 기도문의 해당 자리에 배치하여 주일이나 대축일 등에 온전한 노래 미사를 거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새 「로마 미사 경본」 의 발행으로 성찬례 거행에서 달라지는 예식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가 행하는 미사 거행 양식이 이번 우리말 미사 경본 발행으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 주교회의는 새 미사 경본을 준비하면서 라틴어 원문에 더욱 충실한 번역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몇 가지 변화가 따르게 되었다.

 

1) 사제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와 같은 인사에 교우들의 응답이 ‘또한 사제와 함께.’에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뀐다. 본디 라틴어 본문은 ‘Et cum spiritu tuo’(또한 너[당신]의 영과 함께)인데, 경신성사성과 논의한 끝에 우리말의 어법을 고려하여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전에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할 때 빠진 ‘영’을 삽입한 것이다. 사제와 교우들의 이 인사말에서 사제는 성찬례에 참여한 교우들에게 축복의 말을 건넨다. 이 인사는 바오로 사도가 지역 교회에 편지를 보낼 때 그 서두에 했던 인사말을 미사 서두에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사제의 인사에 대한 교우들의 응답에서 라틴어 본문의 ‘영’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제단에 오른 사제는 그리스도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고, 이 직무는 사제 서품으로 사제의 영에 인호로 새겨진 것이기에,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이제 막 영적인 직무를 수행하려는 사제의 영에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 성찬 기도의 성혈 축성 기도에서 ‘모든 이를 위하여 바칠 피다.’에서 ‘모든’이 라틴어 본문에 따라 ‘많은’으로 바뀐다. 본디 「성경」에도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 마르 14,24)라고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몇 지역 교회에서 예수님의 속죄 제물의 보편성을 강조하려고 이 말씀을 ‘모든’이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이번에 예수님의 말씀은 말씀 그대로 번역하고, 그 의미를 알아듣는 것은 늘 열려 있게 한다는 사도좌의 뜻을 지역 교회들이 받아들여 라틴어 본문대로 수정하였다.

 

3) 영성체 전에 사제가 교우들을 향해 성체를 들어 보이며 건네는 일종의 외침에서 ‘하느님의 어린양’ 앞에 ‘보라!’를 넣는다. 우리 교회에서도 이전에는 ‘보라!’가 들어 있었는데 우리말 어법에 관한 논의에서 삭제했다가 이번에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이 부분은 요한 복음 1,29에서 온 말씀으로서 성경 그대로, 그리고 라틴어 본문의 ‘Ecce’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한 것이다.

 

 

전례력에서 조정된 부분들

 

그동안 우리나라 전례 거행은 대체로 보편 전례력을 따르면서도 전교 지역으로서, 그리고 우리 교회 역사의 특성을 감안하여 수행해 온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편 전례력에 맞추어 전례일 명칭과 등급, 시행 방법 등을 조정하였다.

 

1) 모든 전례일의 명칭을 라틴어 경본 그대로 번역하려고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삼위일체 대축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등 앞에 ‘지극히 거룩하신’이 붙는다. 그리고 그리스도 왕 대축일 앞에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가 붙고, 위령의 날 앞에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이 붙는다. 또한 라틴어 본문에 따라 예수 성탄 대축일이 ‘주님 성탄 대축일’로, 예수 부활 대축일이 ‘주님 부활 대축일’로 명칭이 변경된다. 그리고 동정 마리아에 붙는 형용사 표현 ‘복되신’ 또한 라틴어 본문대로 넣는다.

 

2)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서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라는 명칭은 삭제하고 ‘복되신’을 넣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로 수정한다.

 

3) 10월 1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선교의 수호자)기념일과 12월 3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선교의 수호자)기념일에서 ‘선교의 수호자’ 명칭을 삭제한다. 그리고 이 두 날은 그동안 대축일로 지냈으나 보편 전례력을 따라 기념일로 변경한다.

 

4) 우리나라 고유의 전례 거행에 관련한 것은 다음과 같다.

 

7월 5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은 신심 미사로 거행한다. 이는 같은 성인에 대하여 두 번의 기념일을 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르는 것으로, 한국 교회에서는 9월 20일에 대축일로 거행하고 있다.

 

새해를 시작하는 때(음력 1월 1일)에 기원 미사 예식 규정에 따라 ‘설’ 명절 전례를 거행한다. 설 명절이 사순 시기 주일이나 재의 수요일과 겹치면 보편 전례력에 따른 미사 전례문으로 미사를 드린다. 설 명절 미사는 흰색 제의를 입고 드린다.

 

추석(음력 8월 15일)은 기원 미사 예식 규정에 따라 ‘한가위’ 명절 전례를 거행한다. 한가위 명절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과 겹칠 때에는 대축일 미사를 드린다. 한가위 명절 미사도 설 명절 미사 때처럼 흰색 제의를 입고 드린다.

 

6월 25일에 기원 미사 예식 규정에 따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원 미사를 드린다. 이날 미사에는 흰색 제의를 입는다.

 

이외에 전례 거행 또는 전례력에 관한 작은 변화도 많이 있으나 미사 경본에 자세히 실려 있기에 여기에서는 이 정도의 중요 사항만을 소개한다.

 

 

새 「로마 미사 경본」의 발행에 이은 각종 전례서의 발행

 

새 「로마 미사 경본」의 발행에 이어, 이제 이 미사 경본과 통일한 예식서들도 모두 사도좌의 추인을 받아 2-3년 안에 새로 나오게 된다. 이 전례서들은 다음과 같다.

 

「혼인 예식」, 「장례 예식」, 「병자성사 예식」, 「유아 세례 예식」, 「어른 입교 예식」, 「견진 예식」, 「서품 예식」, 「수도 서원 예식」, 「고해성사 예식」, 「성당과 제대 봉헌 예식」, 「미사 밖에서 하는 영성체와 성체 신비 공경 예식」, 「성유 축성 예식」, 「독서직과 시종직 수여 예식」, 「비정규 성체 분배 직무 수여 등을 위한 예식」, 「동정녀 봉헌 예식」,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화상 대관 예식」, 「대수도원장 축복 예식」, 「축복 예식」, 「구마 예식」, 「주교 예절서」.

 

이 밖에도 「로마 미사 경본」의 발행에 따라 개정되는 「가톨릭 기도서」도 주교회의의 승인을 받은 뒤 출간할 예정이다.

 

새로운 우리말 미사 경본의 발간으로 미사 거행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제 온전한 형태의 미사 경본을 갖게 되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번 우리말 경본은 라틴어 경본을 더욱 충실하게 번역하면서, 보편 전례력에 맞는 가운데 우리 고유의 전례 거행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이 우리말 경본 출판이 우리나라에서 전례 거행이 보편성을 띠면서도 토착화를 발전시켜 가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 대전교구 보좌 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10월호,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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