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전례 (10) 미사 때 미사보를 꼭 써야 되나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미사보를 쓰는 것이 신자들의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교회법이나 어떠한 일반 전례 규정서에도 미사보를 써야 한다는 규범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장례미사나 축일미사에 맞춰서 색깔을 구분해서 미사보를 쓰라는 규정도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미사보를 쓰지 않고 미사에 참례했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끼거나 분심을 가질 필요가 없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가르침은 신자들이 전례를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은총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찾도록 권유하고 있는데요. 미사보를 착용하는 것도 오랜 교회의 관습에 따른 아름다운 전례 참여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관습은 구약 시대(창세 24,65)에는 미혼임을 상징했습니다. 남자도 겸손의 의미로 자신의 머리를 가렸습니다. 예컨대 모세와 엘리야도 하느님 앞에서 머리를 가렸습니다(탈출 3,6; 1열왕 19,13). 초기 그리스도교에서 여성 신자들이 교회 공식 예절 때 머리를 가리는 관습이 시작된 것은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언급됩니다(11장). “여인의 머리는 남편의 영광”으로 인정되며, 머리카락은 세속적 사치로 여겨졌기 때문에 하느님이 계시는 성소에서는 머리를 가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교회 공식 예절에 참여할 때 여성들의 머리를 가리라고 했는데 이 제안이 풍습으로 정착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대 교회 때부터 여성신자들의 화려하게 치장된 머리를 가리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소박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표현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에서도 전례 중에는 미사보를 써서 하느님 앞에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 주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현재 미사보와 유사한 수녀님들이 쓰는 베일은 3세기부터 그리스도와 맺은 영적 혼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주교님들이 베일을 축복하여 동정녀들에게 나눠 준 것에서 기인합니다. 수녀님들의 베일은 그리스도의 정배로서 세속적 욕심과 사치, 욕망, 허영 등을 끊어버리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완덕을 위해 이 세상의 가치에 대해 포기하고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자들의 미사보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미사보를 쓰는 것은 교회 내 여성차별이 아니라 여성 신자들만이 가진 특권입니다. 미사보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 사용에 대한 선택은 편안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례 때는 굳이 검은색 미사보가 있으면 써도 되고, 흰색 또한 부활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미사의 성격에 맞게 여성 신자분들은 검은색이나 흰색 미사보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2017년 10월 29일 연중 제30주일 빛고을 4면, 한분도 베네딕토 신부(교포사목,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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