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
생명을 살려면.
생명을 잘 살려면.
진짜 그런지, 아니면
그럴 듯하게 지어낸 얘기인지 모르지만
횟집까지 싱싱하게 살아있는
바다 생선을 날라다주기 위해서는
잡아먹으려는 포식자를 같이
탱크에 넣어 수송을 해야 한다지요.
포식자는 잡아먹으려 하고
횟감으로 쓸 고기들은 살려고 기를 쓰는 바람에
죽지 않을 뿐 아니라 활력과 생기를 유지한다지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럴 것 같습니다.
생명은 죽음이 옆에 도사리고 있어야만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을 제일 잘 사는 사람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분들입니다.
죽음을 보면서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기 때문이고
죽음을 보면서 매번 생명을 선택하기 때문이고
죽음을 보면서 생명을 깊이 맛보기 때문이고
그래서 한 순간의 생명에서도
희열을 강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도심의 찌든 공기에 숨 막혀하던 사람이
숲 나들이 때 싱그런 숲 공기와 향기를 깊이 들이키듯이
그는 생명을 깊이 들이키고 생명에 그윽하게 젖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합니까?
우리는 죽음을 도무지 보지 않습니다.
얼치기 생명을 살아가면서
죽음도 보지 않고 생명도 보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라고
시시덕거리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 양
사는 것에 대해서 묻지 않고
잘 사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묻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신명기는 우리보고 보라고 합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생명을 제대로 바라보고
생명이신 주님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생명에로 인도하는
그 주님을 놓치지 말고 따르라 하십니다.
그분의 황천길까지도
놓치지 말고 따르라 하십니다.
죽어서 가는 그 길까지도
끝까지 따라가라 하십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