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목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은 작년 6월 이후 내 몸은 점차 D라인을 그리며 변하더니 이제는 더 무거워져서 행동이 굼뜨고,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이어트. 그런데 식욕은 여전하고, 한 끼를 굶으면 그 다음에는 한 번에 세 끼 정도를 몰아서 먹는다.
아주 근사한 변명이 되겠지만, 사실 세상과 단절하고 벽을 쌓지 않는 이상 지금 내 상황에서 다이어트나 단식을 실천하기란 그리 녹록지 않다. 교우들과 친교를 나누는 자리나 친한 벗들과 함께하는 자리, 오랜만에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정겨운 이웃의 손길을 모두 마다해야 하는데, 그것은 너무 인정 없어 보인다. 못 간다는 핑계를 대는 것도 한두 번이고, 모임에 계속 빠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 그리고 내가 그들과 앞으로 언제까지 함께하게 될지는 하느님만 아시기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 지금 자신들 앞에 이 세상 누구보다 자기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분이 계신데, 그분과 함께 있음에 마냥 즐겁고 복될 텐데, 무엇을 걱정하겠는가 ? 나 또한 그렇다. 하느님께서 내게 보내주시는 매일의 예수님을 만나는 날이 지속되는 한 나의 다이어트, 나의 단식은 계속 연기될 것이다. 나도 제자들처럼 지금은 신랑과 함께하고 싶다. 그러다 언젠가 때가 되면 나도 단식을 해보련다.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
(이사 58, 8– 9)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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