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평범함, 단순한, 조용함" - 3.1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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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3-11 | 조회수494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11 금요일 김 용택(필립보) 수사(1916-2011) 위령미사 욥기19,1.23-27 요한6,37-40
"평범함, 단순한, 조용함"
우리는 어제 하느님께서 불러 가신 우리의 사랑하는 수도 선배 김용택(필립보) 수사님의 위령미사를 봉헌하고자 모였습니다. 수사님은 민족수난기라 할 수 있는 험난한 시절에 태어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천수를 누리시다가 올해 만95세, 수도서원65주년을 지내신 후 하느님께 돌아가셨습니다. 약력을 통해 투명하게 들어나는 수사님의 삶과 영성입니다.
수사님은 1916년에 함북 청진에서 출생하셨고, 1941년 만25세에 덕원 수도회에 입회하셨으며 1952년에 왜관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을 하셨습니다. 종신서원 후 수도원 주방 및 원내청소, 금남농장에서 30년간 일하셨으며, 이어 부산 분원에서 3년간 그리고 우리요셉수도원에 1987.3.19일 초창기 멤버로 부임하여 1993.1.18일 떠나시기 까지 약 6년 동안 열악한 환경 중에도 원로로써 후배 수사들의 큰 그늘이 되어 아름다운 삶을 사셨습니다. 약력에 간략히 소개된 다음 수사님의 모습입니다.
“수사님은 수도원 입회 전에 사할린까지 외항선을 타는 선원으로 배 갑판에서 바다로 떨어져 죽음의 고비를 넘기셨고, 수도원 입회 후에도 오토바이를 타시다 떨어지시는 등 자주 추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관 본원과 부산분원 그리고 요셉 수도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임과 수도생활로 저희 후배들에게 조용한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생전에 수사님은 산타 루치아 등을 즐겨 부르시며 바다를 종종 그리워하시다가 2011년 3월 10일, 형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느님의 품으로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
수사님의 영성인 평범함, 단순함, 조용함이 그대로 들어나는 약력입니다. 수사님과 만 6년 동안, 여기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도 실감한 사실입니다. 경쟁의식으로 누구를 질투하여 부러워한 적도, 화내거나 긴장한 적도 한 번 본적 없는 늘 무욕의 평화를 누리셨던 수사님이십니다. 언제나 안과 밖이 같은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에 수사님들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무수한 일화를 남기셨던 전설 같은 수사님이셨습니다. 과음, 과식 하는 일이 전혀 없이 몸 관리, 마음 관리에 늘 한결 같으셨고 방 안은 늘 정리 되어있었으며 소지품이라곤 값싼 트렌지스터 라디오 하나뿐이었던 정말 최소한도로 만족하며 가난하고 소박하게 사셨던 분입니다. 기도 한 번 빠진 적도, 규칙 한 번 어긴 적도 없으셨고, 때로 약한 몸에도 수사들의 배 밭일에 동참하여 삽으로 거름 구덩이를 파기도 하셨습니다. 어느 대축일 휴게 시간에는 수사들의 간청으로 ‘아 목동들이 피리소리들은…’ 노래를 부르실 때는 그 아름다운 미성에 수사들은 모두 숨을 죽여 들었습니다. 참 타고난 천품에 노령에도 늘 맑은 눈빛을 지닌 수도자였고, 초지일관 평범하고 단순하고 조용히 사셨던 성인 같은 분이셨습니다.
믿음이 있어 평범함, 단순함, 조용함입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믿음의 관계에서 마음이 편안해야 평범할 수 있고, 단순할 수 있고 조용할 수 있습니다.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세월이 흘러 잊혀져가고, 묻혀져가고, 작아져가는 삶 중에도 이 깊은 믿음 있어 위축되지 않고 평상심의 자세로 평범히, 단순히, 조용히 살아오신 수사님이셨습니다. 필립보 수사님이 믿음 있어 평범한 일상을 평화로이 살아오셨듯이 오늘 욥 역시 믿음으로 시련의 위기를 잘 극복합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계심을…이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내가 기꺼이 뵙고자 하는 분”
필립보 수사님 역시 이런 하느님께 대한 갈망의 믿음 있어 평생을 주님만을 바라보면서 평범히, 단순히, 조용히 살아오셨음이 분명합니다. 주님은 오늘 복음을 통해 믿음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의 약속을 주십니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살릴 것이다.”
우리 모두 훌륭한 수도 선배, 김 필립보 수사님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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