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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2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12 조회수663 추천수19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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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루카 5,27-32


 

“나를 따라라.”

 

<그분 손길이 내 삶을 스치는 순간>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둘도 없는 친구, 가장 절친한 친구로 맺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그런 관계가 형성될까,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동고동락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더군요. 바닥에서 빡빡 기던 시절, 함께 진흙탕을 뒹굴면서 절친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춥고 배고프던 초심자 시절, 기쁨과 보람은 물론 고통과 슬픔, 길고도 긴 세월을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나누던 사람은 평생의 친구가 되곤 합니다.

 

    결국 내가 잘 나갈 때가 아니라, 고통 그 한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을 때, 심연의 질곡에서 헤매던 순간, 나란히 나와 걸어가면서 위로와 위안을 준 사람들은 종종 혈육보다 더 가까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은 내 생애 여러 단계 가운데 가장 어두웠던 공간까지 기꺼이 들어와 줌으로써 나와의 견고한 결속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있어줌’을 통해 내게 희망과 용기를 부여해줌으로써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나약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인간도 이러한데 우리의 하느님은 어떠하시겠습니까?

 

    우리의 하느님은 철저하게도 우리와 삶을 공유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분께서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삶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해주신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 갈래 갈림길 앞에서 족집게처럼 ‘이 길이다’라고 찍어주신다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품고 있는 의문사항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주신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구체적인 상황 안으로 들어오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통 내면으로, 우리의 슬픔 그 속으로, 우리의 눈물 그 안으로 들어오신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와 깊이 결속되기 위해 내려오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에 함께 하시기 위하여 내려오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좌절, 절망과 아픔에 참여하기 위하여 내려오십니다.

 

   우리와 삶을 공유하기 위해 내려오시는 하느님, 이런 하느님 앞에 우리가 취해야할 노선은 명확해집니다.

 

    그분의 공유의지에 우리 역시 응답하는 일입니다. 우리 역시 그분과 삶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그분께서 우리를 차지하시도록 우리 마음을 그분께 열어드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삶을 공유하기 시작하게 되면서 누리게 될 한 가지 큰 은총이 있습니다.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레위라는 세관원의 삶이 그랬습니다. 하느님 자비의 손길이 레위의 삶을 스쳐지나가는 순간, 그에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던 급격한 삶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립니다. 새로운 비전이 열립니다. 목표가 바뀌고 의식이 바뀝니다. 가치관이 바뀌고 행동이 바뀝니다.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손때 묻은 지폐를 세던 레위는 이제 예수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제자로 거듭나게 됩니다.

 

    오늘도 우리의 딱한 처지를 안쓰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시는 주님이십니다. 우리 내면의 깊은 상처를 조용히 바라보시는 주님이십니다.

 

    레위처럼 그분께서 내미시는 손을 그저 잡기만 하면 됩니다. 레위처럼 그분께서 이끄시는 대로 그저 일어서면 됩니다. 레위처럼 그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저 따라나서면 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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