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하늘의 문’ 과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중학생 때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하면서 첫 대면을 했고, 본당신부가 되었을 때 창설한 꾸리아 이름이기도 하다. 게다가 2011년 첫 성모신심미사도 ‘하늘의 문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를 기념하는 미사였다. 항상 교우들께 가라고 안내해 주는 곳도, 내가 가고 싶은 곳도, 우리 모두의 최종 목적지도 바로 ‘하늘의 문’ 임을 마음속에 깊이 담고 있다.
그 ‘하늘의 문’ 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우리는 오늘 말씀을 통해 받았다. 그것은 바로 ‘용서’ 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하늘의 문’ 열쇠를 베드로한테 주셨고 (마태 16, 19 참조), 베드로를 닮아 그분의 제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우리한테도 주실 것임을 믿는다. 다만 그 열쇠를 받기 위해 먼저 ‘땅에서 푸는 일’ 을 해야 한다. 지저분한 비유가 되겠지만 코에 콧물이 가득하면 어떻게 하는가 ? 대부분은 풀어서 없앤다.
콧물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답답하고 힘겨우니까 그렇다.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자신을 힘겹게 하는 콧물은 잘 풀어 없애면서 왜 더 더럽고 본인을 힘겹게 만드는 것들은 고이 매어두고 있는가 ? 미움 · 시기 · 질투 · 중상 · 모략 · 이간질 · 다툼 등이 ‘하늘의 문’ 을 향해 가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지 않은가 ? 그러므로 잘 풀어야 한다. 이 땅에서 함께 사는 많은 사람과의 문제들을 잘 풀어야 한다.
‘forgive’ 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새겨보자. ‘용서하다’ 라는 말 속에 ‘누군가를 위해서 준다.’ 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은가 ! 곧 용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우선된다. 그러므로 ‘저 사람이 먼저 용서하겠지 !’ 하면서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나부터 먼저 용서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도 콧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미처 풀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나 보다.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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