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1월은 내 생애 가장 특별한 달이었다. 나의 수호성인이신 성 요한 보스코의 역사적인 한국 순례, 그 성스러운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순례는 신자들이 성인을 만나러 떠나는 것이지만, 이번은 반대로 성인이 직접 신자들을 만나러 오신 아주 특별한 순례였다. 우리 처지를 아시기에, 당신을 만나고 싶은 우리 바람을 아시기에 그분께서 직접 찾아오신 것이 아닐까 ? 오늘 복음의 ‘황금률’ 대로 우리가 당신을 그리워할 수 있게 먼저 우리를 그리워하셨고, 우리가 당신을 찾아오길 바라시면서 먼저 당신께서 왕림해 주신 것이 아닐까 ?
요한 보스코 성인은 늘 사람들한테 “사랑받기 위해 힘쓰십시오.” 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것은 단순히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거나 노력하는 정도가 아니라 온 힘을 다 쏟아 부으라는 말씀이다. 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타인의 마음에 드는 언행에 힘쓰라는 것이며,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길 원하는 사람이 먼저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하지만 때로 세상은 이 말씀과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은가 ?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누군가를 이겨야 먹고 살 수 있으며,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 생존할 수 있는 우리네 삶에 한숨이 나올 때가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솔선수범하며 사랑하고 아껴주고 이해한다면 변화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리라 믿는다.
몇 달 전 어떤 선생님께서 10년 만에 차를 바꿨다고 좋아하셨다. 마침 그날은 다른 선생님 차를 축복해 주기로 한 날이어서 그 선생님 차도 해드리겠다고 하니 무척 좋아하셨다. 요한 보스코 성인처럼 찾아갔더니 만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만남으로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만일 그 선생님이 와주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면 결코 그날 그 축복의 자리는 허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선생님이 나한테 와주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먼저 찾아갔더니 모든 것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도 하느님께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우리가 받고 싶은 것을 먼저 드려보자. 그리고 오늘은 그분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분께로 향해 보자. 그분께서도 우리가 당신께 나오길 바라셨기에 먼저 당신 친히 우리를 만나러 오시지 않았던가 !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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