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 |||
---|---|---|---|---|
작성자김용대 | 작성일2011-03-17 | 조회수513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미사가 끝날 때 사제가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하고 말한다.
그런데 복음을 전하는 방법은 말로만 하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미사가 끝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모든 언동이 다른 사람의 본보기가 되어 비 신앙인에게 신앙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라는 뜻일 것이다.
디트리히 본훼퍼(Dietrich Bonhöeffer)가 그의 『옥중서간』에서 말했다.
“그리스도인이란 종교적이거나 어떤 방법론에 근거해서 일정한 양식에 따라 무언가로 (죄인이라든가, 회개한 자라든가, 신자라든가 하는 것으로) 자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네.
그리스도는 우리들을 하나의 인간 유형(종교적)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신다네.
종교적 행위가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compassion)이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회개’라네.
이는 자기 자신의 가난이나 어려움이나 죄나 불안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길에, 메시아적 사건에 자기도 들어가야만 이사야 53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네.
따라서 ‘복음을 믿으라’고 하는 것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29)이 되라는 것이라네.”
본훼퍼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가톨릭’ 즉 ‘보편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사야 53장은 ‘일상생활 중에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겪어야 할 수난’을 말하고 있다. 이런 수난을 겪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들은 것을 누가 믿었던가? 주님의 권능이 누구에게 드러났던가? 그는 주님 앞에서 가까스로 돋아난 새순처럼, 메마른 땅의 뿌리처럼 자라났다. 그에게는 우리가 우러러볼 만한 풍채도 위엄도 없었으며 우리가 바랄 만한 모습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 받고 배척당한 그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이였다. 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그는 멸시만 받았으며 우리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우리는 모두 양 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갔지만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이 그에게 떨어지게 하셨다. 학대 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그가 구속되어 판결을 받고 제거되었지만 누가 그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던가? 정녕 그는 산 이들의 땅에서 잘려 나가고 내 백성의 악행 때문에 고난을 당하였다. 폭행을 저지르지도 않고 거짓을 입에 담지도 않았건만 그는 악인들과 함께 묻히고 그는 죽어서 부자들과 함께 묻혔다. 그러나 그를 으스러뜨리고자 하신 것은 주님의 뜻이었고 그분께서 그를 병고에 시달리게 하셨다. 그가 자신을 속죄 제물로 내놓으면 그는 후손을 보며 오래 살고 그를 통하여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리라. 그는 제 고난의 끝에 빛을 보고 자기의 예지로 흡족해하리라. 의로운 나의 종은 많은 이들을 의롭게 하고 그들의 죄악을 짊어지리라. 그러므로 나는 그가 귀인들과 함께 제 몫을 차지하고 강자들과 함께 전리품을 나누게 하리라. 이는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버리고 무법자들 가운데 하나로 헤아려졌기 때문이다. 또 그가 많은 이들의 죄를 메고 갔으며 무법자들을 위하여 빌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어린양’은 라틴어로는 ‘아뉴스 데이(Agnus Dei)’이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기도한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유명한 신약 성서학자인 다드(C. H. Dodd)는 ‘어린양이란 희생양일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악을 제거하는 메시아’로 해석했다.사순절만이라도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