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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25 조회수670 추천수16 반대(0) 신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2011. 3. 25. 금)(루카 1,26-38)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은 성탄절을 기준으로 아홉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신 일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예수님 탄생 예고 즉시 잉태하신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대축일이라고 경축하고 있지만

당시의 실제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아주 작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마리아 자신이나 요셉에게는 심각하고 중대한 사건이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자렛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

그곳에서 살고 있던 평범한 시골 처녀 마리아.

마리아에게 누가 찾아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신경이나 썼겠습니까?

누가 관심 갖고 주목이나 했겠습니까?

 

마리아의 약혼자 요셉이 다윗 왕실의 후손이라고 해도 이미 망해버린 왕실이고,

직계 후손도 아닌 곁가지 후손이었고,

사람들 눈에 뜨이지도 않는 가난한 시골 목수일 뿐이었으니

요셉의 족보나 혈통도 그 당시에는 큰 의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마리아와 요셉 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아기였는데,

그 아기가 태어날 때에는 이스라엘의 임금이 긴장하게 되고,

다시 몇 십 년 후에는 이스라엘 전체가 긴장을 하고,

또 좀 더 세월이 흐르게 되면 로마제국 전체가 긴장하게 됩니다.

 

문득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겨자씨의 비유가

바로 예수님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오고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신 일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야말로 작은 겨자씨 하나가 심어진 일이었는데,

그 작은 씨앗이

나중에는 온 세상을 긴장하게 만드는 큰 나무로 자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를 밭으로 생각할 수 있고, 예수님을 겨자씨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예루살렘이나 베들레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칭 예언자, 자칭 메시아가 나타나면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가

역시나 하며 실망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자렛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아주 조용히

인류 역사의 반전(反轉)을 계획하시고 실행하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수님의 탄생은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도 흉내 내지 못할 최고의 반전(反轉) 드라마입니다.

이스라엘만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 역사의 반전 드라마입니다.

 

어쩌면 ‘희망’이라는 것도 그렇게 심어지고 키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어느 누구의 눈에도 뜨이지 않는,

작은 씨앗 하나가 뿌려지는 것처럼 그렇게 희망의 씨 하나가 뿌려지고

조용히 자라면서 언젠가는 거대한 나무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

그런 것이 희망이 아닐까...

 

우리는 예수님 잉태의 첫 순간을 읽으면서

마리아의 두려움과 설렘과 기쁨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실감하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이미 복음서의 내용을 알고 있고,

묵시록까지 읽은 사람은 인류의 종말까지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의 심정은 어땠을까?

천사가 전해 준 몇 마디 설명 외에는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믿음 하나로 이 거창한 드라마를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으니...

아마도 칠흑 같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멀리 수평선에 보이는 아주 작은 불빛 하나를 향해서

작은 조각배를 저어가는 심정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작고 희미해서 희망이라고 부르기에도 힘든 작은 불빛 하나.

 

그렇게 인류의 새로운 역사가 작고 조용하게 시작된 날이 바로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마리아라는 밭에 예수님이라는 겨자씨 하나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심어진 날.

 

40여 년 전 초등학생 시절,

당시 티브이라는 것도 없고 라디오가 유일한 낙이었을 때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절망은 없다.’ 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매주 한 편씩, 절망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를

드라마처럼 재구성해서 방송했는데,

그때 방송 시작 시간이 되면

아나운서가 주제 음악과 함께 항상 반복해서 낭독하던 말이

“지진으로 무너진 들에도 샘은 다시 솟고...”였습니다.

 

그 다음 구절이 잘 생각나지 않는데,

아마도 이사야서 42장 3절, “갈대가 부러졌다 하여 잘라 버리지 아니하고,

심지가 깜박거린다 하여 등불을 꺼 버리지 아니하며...(공동번역)”

그 구절과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절 6.25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그 프로그램은 많은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 기억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들이었고,

제목 자체가 ‘절망은 없다.’였으니...

 

그렇습니다. 절망은 없습니다. 스스로 절망하지 않는 한.

 

우리도 각자 자신의 가슴 속에

희망이란 이름의 작은 겨자씨를 심을 수 있습니다.

아니, 심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온 세상에 그늘을 만들어 줄 거대한 나무로 자라기를 기대하면서.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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