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당신에게 갑니다. 절망과 희망, 좌절과 재기의 섬과 섬 사이에서도 당신의 말씀을 만나러 고요한 수도원을 찾아서 주말여행을 떠나는 새벽입니다. 경남 고성군 성 베네딕도 수도원은 음악과 시, 그림과 작품사진의 살아 있는 내 고향의 예술 스튜디오 입니다. 수령 500년을 넘는 커다란 고목,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천상의 기도원입니다. 우리 시대 예술분야의 세계 최고가 되는 것, 남들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싶은 것이 나의 좌우명이었습니다.
이 수도원의 이연악 원장님은 부산가톨릭문인협회의 고문이며 부산신라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이신 이규정 원로 소설가 님의 장남이십니다. '용서'[라는 피정방을 빌려 D80 디지털 카메라, 몽당연필 10개, 대학노트 30권, 고무지우개 등을 배낭에서 꺼집어냅니다. 시, 그림, 사진이든 그 무슨이든지간에 사랑하는 당신이 불러주시고 나는 그것을 그대로 받아적으면 시가 되고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는 것을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신앙고백합니다.
제가 하는 것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참으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성 베넥딕도 수도원이야말로 내가 좋아하는 지상의 방 한 칸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죽고 싶은 고통과 눈물이 갈대같은 나를 울부짖게 할 때 수도원에 갑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당신이여. 당신에게 가면 밥맛이 좋습니다. 무공해 채소로 만든 둥치미, 쑥갓과 새파와 배추 잎사귀에 반 한 술, 막걸리 한 사발과 된장국을 떠먹을 때의 기분과 감동을 오래오래 내 가슴판에 새기고 있습니다.
소나무의 색감과 율동, 그 깨끗한 노송, 수사 신부님들의 실개천 같은 주름과 아기 같은 눈웃음의 기막힌 조화가 그립습니다. 주말입니다. 배낭 하나를 둘러메고 부산에서도 송도, 이기대, 태종대 등 올레길을 찾아서 주말여행을 떠나보시기를 권유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멀리 하고 나는 무엇하는 사람인지, 지금 바로 이 순간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무자답해 보십시오. 가난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사랑과 기도와 눈물과 열정과 몰입이 나를 얼마나 크게 성장시키는 에너지인가를 다시 한번 묵상해 보십시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말없이 흘러가는 구름과 삶으로 보여주는 자원봉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기도해 보십시오. 종교를 무기화하지 마시기를 가난한 마음으로 청원합니다. 남의 종교도 나의 종교처럼 소중합니다. 우리들의 얼굴과 영혼이 각종 향기와 소리가 가득차 있듯이 우리함께 더불어 행복하고 아름답고 진실되게 살아갑시다. 나의 이 작은 소망도 어떤 사람에게는 우뢰처럼 들리기도 하고 또다른 사람에게는 잔잔하게 들릴 것입니다.
눈이 내리어 길 지워지고
내가 지워지고
길도 지워지고
지워지고 지워지고
눈도 지워지고
길도 다시 한번 지워지고
하느님 부처님도 지원지고
나도 또 지워지고
권태원 9시집 <당신 안에 있으면> 하늘 지우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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