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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시기 중간 단상(斷想)
작성자박영호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30 조회수441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순시기 중간 단상(斷想)


   어느덧 사순시기도 중반에 접어들어 4일 후면 사순 제4주간이 된다. 교회는 사순 제4주간을 장미주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제는 사순시기에 자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다가 사순 제4주간에는 장미색의 밝은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하며, 1년 중 두차례 대림 제3주간과 사순 제4주간에 장미색 제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는 파스카 대축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고신극기와 기도로 지쳐 있는 신자들에게 희망의 날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 줌으로써 더 큰 기대와 위로를 주고자 함이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날 올리브 산에 오르시어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면서 기도하시다가 때가 왔음을 아셨다. 바로 그때 수석사제들과 성전경비대장과 원로들이 예수님을 잡으러 왔던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붙잡아 카야파 대사제의 집 지하에 가두고 눈을 가리고 매질을 하며 조롱하고 너를 때린 내가 누구인지 알아맞춰보라고 하며 예수님을 모독했다.

   공관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중에서 유독 루카 복음에만 있는 내용 중 특이한 부분이 눈에 띈다. 예수님께서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 의해 정치범으로 몰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을 때, 루카 복음에서만 빌라도와 헤로데가 서로 예수님에 대한 재판을 하기 싫어서 밀고 땡기고 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래 복음 내용 중에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라는 내용을 볼 때, 헤로데가 카이사리아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헤로데의 관할은 갈릴래아가 속한 카이사리아지역인데 이 지역은 이스라엘 북서쪽 지중해변에 있다. 헤로데가 카이사리아를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칠 때, 아우구스투스는 헤로데에게 이스라엘을 통치할 수 있는 많은 권력을 줬다. 헤로데는 카이사리아를 잘 관리 하였으며 로마의 거점도시로 만들었다. 카이사리아는 화려한 궁정들과 공공건물, 시장, 웅장한 대리석 신전, 헤로데의 관저와 로마 행정기관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루카23,6-7>빌라도는 이 사람이 갈릴래아 사람이냐고 묻더니, 예수님께서 헤로데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 그분을 헤로데에게 보냈다. 그 무렵 헤로데도 예루살렘에 있었다.

<루카23,11>헤로데도 자기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냈다.

   만약 헤로데가 예루살렘에 가지 않았고 카이사리아에 있었다면 빌라도의 명령으로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리아에 가셨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지친 몸과 허기지심, 갈증, 가는 길마다 힘겨웠을 때 당하시는 채찍질 등 예루살렘에서 카이사리아까지 먼길을 간다고 생각해 볼 때, 오가던 도중에 돌아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예수님께서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형을 언도 받으셨던 예루살렘의 안토니아 요새는 로마 군인들이 훈련을 받거나 열병식 또는 병사들의 놀이터로 이용되도록 헤로데가 만들어준 궁전이었다. 바로 이곳에서 예수님이 카이사리아에 가시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하느님의 역사안에서 인류구원계획을 이루시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즉 십자가가 세워진 골고타 정상에는 아담의 묘가 있었다고 유다계 그리스도교인들은 믿고있다.

   유다인들의 전설에 의하면 전 세계의 중심지요, 전 인류의 심장에 속하는 예루살렘에 아담의 묘가 위치했다는 것이다. 이 전설은 좀 더 구체화되어 예수님의 십자가가 세워진 바로 그 밑 아담의 묘에 십자가에서 흘러 내린 예수님의 피는 바위틈으로 스며들어 아담의 두개골(골고타)을 흠뻑 적시게 되었고, 이 피로 인해 아담은 구원되었으며, 아담의 후손들인 전 인류의 구원이 골고타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골고타에서 이루어졌고 예수님을 희생양으로 하여 파스카라고 하는 무교절을 지내게 하셨으니 당신 자녀들에 대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시고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사순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남은 기간 더욱 의미있게 지내기 위해서는 기도와 희생, 이웃에 대한 사랑나눔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마다 각자 매일 새벽미사와 십자가 길, 성체조배, 희생, 극기, 이웃사랑 등 계획을 세우고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답다.

   이제 주님께서 지고 가시는 십자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골고타 중간까지 오게 됐다. 이십여일 정도 남은 시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내 십자가를 지고서 주님의 뒤를 더욱 부지런히 따르며 같이 골고타를 오를 때, 성대하게 차려진 주님 파스카의 축제에 초대받아서 주님 부활의 영광을 보아야겠다.


♬Quiverbum-gregorian ch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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