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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령으로부터의 해방" - 3.3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3-31 조회수488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3.31 사순 제3주간 목요일

예레7,23-28 루카11,14-27

 

 

 

 

"악령으로부터의 해방"

 

 

 

새벽 성무일도 탈출기 독서 중 마지막 구절이 참 장엄합니다.

사순시기를 맞는,

매일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모세는 그곳(시나이 산)에서 주님과 함께 밤낮으로 사십일을 지내면서,

  빵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는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판에 기록하였다.”(탈출34,28).

 

이 거룩한 사순 시기는 물론 미사시간에

우리는 주님과 함께 지내면서

우리 마음 판에 깊이 주님의 말씀을 기록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1년 사계절은 인생 사계절을 상징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의 하루 역시 한 인생을 상징합니다.

과연 어느 시점을 살고 있는지요.

얼마 전의 묵상을 잊지 못합니다.

어렸을 적 동무들과

하루 종일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뛰어 놀다가

어둠이 짙어졌을 때

‘수철아, 수철아’ 부르시던 어머니의 음성이 생각났습니다.

대부분 어스름 저녁이 되면 아이들 다 집을 찾아 돌아가지만

가끔 놀이에 정신을 팔다가 잊어버릴 때

어김없이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이었습니다.

문득 죽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인생 어둠이 짙어지는 죽음의 순간에

하느님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아버지의 집에 돌아가는 게 죽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막상 어둠이 짙어지는

죽음의 순간에 부르시는 하느님 어머니의 음성도 없고

돌아갈 아버지의 집도 없다면 얼마나 난감하겠는지요.

 

요즘 저녁이 되고 어둠이 짙어져도

돌아갈 집이 여의치 않아 방황하는 많은 이들,

마치 죽음을 앞두고 방황하는 이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 써늘한 느낌입니다.

 1950-1970년 대 시골은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했지만

마음은 넉넉하고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처럼

자유롭게 하루를 일하고 놀고 살다가 마치는

공동체적 삶이라면 참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부분 태어나자마자 시작되는 감옥생활입니다.

오늘은 주로 감옥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몸은 영혼의 감옥이다.’ 라는 희랍철학자들의 통찰이 심원합니다.

전체를 보는 시야를 상실한 오늘의 결과가 감옥인생입니다.

탐욕(돈)의 감옥,

허영, 편견과 선입견등의 자기(ego) 감옥,

근심 걱정의 감옥,

병마의 감옥 등 다양한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를 일컬어 성경은 마귀 들렸다고 합니다.

수도원 앞에 건설되는 무수한 고층 아파트를 보면

흡사 거대한 감옥을 짓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젠 대학도, 병원도 기업화되어

서서히 자본주의의 ‘돈’에 점령되고 있는 감옥처럼 보입니다.

돈벌이가 유일한 판단 잣대입니다.

병마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의 병원을 찾으면

흡사 2중의 감옥에 갇혀있는 사람들 같이 보입니다.

어느 대학교수의 대학 현실에 대한 비판입니다.

 

“대학의 기업화 현상을 파우스트의 거래에 비유하고 싶다.

  대학이 이윤추구라는 욕망을 쫓다가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라는 영혼을 팔아버린 신세가 되었다.

  이제 대학 운영의 기준이 되는 것은

  더 이상 대학의 이념이나 학문적 가치가 아니라,

  수익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시장논리와 경영기법이다.

  이제 한국대학은 시장의 포로가 되었다.”

 

대학뿐 아니라 나라 전체 곳곳이,

심지어는 종교계까지 금력의 포로가 되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예나 이제나 악령의 감옥에 갇혀 사는 대부분 사람들입니다.

탈출기의 모세나

오늘 1독서의 예언자 예레미야,

복음의 예수님은

참 자유인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하지도 않았고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제멋대로 사악한 마음을 따라 고집스럽게 걸었다.

  …오히려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자기네 조상들보다 더 고약하게 굴었다.

  …그들의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겼다.”

 

하느님을 떠난 이스라엘사람들처럼

자기(ego)의 악령에 노예 됐을 때

걷잡을 수 없이 망가져가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기(ego)와 탐욕의 노예가 되어

입술에서 진실이 사라지고 끊겨져 가는 오늘의 세태가 아닙니까?

복음 역시 편견의 악령에 사로잡힌 불순한 이들은

벙어리 마귀를 쫓아낸 예수님을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냈다’ 왜곡하며

또 일부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며 예수님을 시험합니다.

이런 온갖 악령들에 사로잡힌 이들을 해방시키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주님 말고는 아무도 우리를 악령의 감옥에서 해방시켜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하느님의 능력으로

우리 안의 온갖 악령들을 말끔히 청소하시고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가장 힘센 분이신 하느님의 능력을 지니신 주님께서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온갖 악령으로부터 해방되어 참 자유인의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안에 오시어

어둠의 세력을 몰아내시어 우리 모두 참 자유인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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