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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3일 사순 제4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3 조회수636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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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사순 제4주일-요한 9장 1-41절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

 

<희망의 창문 하나>

 

 

    오늘 오후, 가까운 본당 어린이 미사 도와드리러 제의방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제의를 차려놓았는데, 아 글쎄, 제의 색깔이 제겐 너무나 부담스러운 ‘분홍빛’이지 않겠습니까?

 

    머리 털 나고 한 번도 빨간 색이나 분홍색, 노란색 옷을 입어본적이 없어, 잠시 망설이다, 에이 모르겠다며 입고 거울을 한번 봤더니,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부조화’였습니다. 겨우 웃음을 참으며 입당을 했습니다.

 

    오늘 사순 제4주일에 사제들은 미사 때 교회 전통에 따라 장미색 제의를 입습니다. 그 이유는 사순시기를 지내느라 지쳐있는 신자들에게 살∼짝 기쁨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성삼일과 부활이라는 교회의 가장 큰 축제, 전례주년의 가장 큰 산을 넘기 위해 대축제를 준비하느라고 에너지 소모가 많은 신자들에게 장밋빛 제의를 통해 희망의 날이 도래하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것입니다.

 

    요즘 거의 ‘기업형 농사’를 짓느라 허리 펼 날이 없습니다. 근사한 밭이 만들어졌고 씨까지 왕창 뿌렸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체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결실입니다. 수련회 오는 청소년들에게 무공해 야채를 마음껏 먹일 생각에 다들 꿈에 부풀어있습니다.

 

    그러나 농사란 것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농사가 잘 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됩니다. 먼저 영양가 많은 넉넉한 퇴비로 밭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수분이 제 때 제 때 공급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계속되는 잡초제거, 추가비료...

 

    그러나 아무리 이 모든 것들이 다 충족되었다 할지라도 이것 하나 빠지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그것은 바로 적절한 태양 볕입니다. 빛 한줌 들지 않는 캄캄한 음지에서 견뎌낼 식물은 거의 없습니다.

 

    강렬한 태양 아래 복숭아며 사과며 포도 열매는 단단히 영글어지고 당도를 더해갑니다. 한 햇살에 힘입어 어린 모종들은 무럭무럭 키가 커집니다.

 

    빛이란 것, 그렇게 소중한 것입니다. 시각장애우 형제자매들 뵐 때 마다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얼마나 답답한 것인지, 얼마나 큰 상실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시력이 회복되었다는 것,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생명을 되찾은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우를 만나십니다. 진흙을 개어 그의 눈에 바른 다음 실로암 연못으로 가 씻게 합니다. 결과는 새로운 탄생, 새로운 인생이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사실 우리가 눈을 뜨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많은 경우 진정으로 눈을 뜨고 있지 못합니다. 꼭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한 줄기 감미로운 바람처럼, 가슴 뛰게 하는 선물처럼, 한 줄기 빛으로 예수님께서 다가오셨습니다.

 

    그간 눈 못 뜬 상태로 어둠속에, 죄 속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우리였습니다. 은혜롭게도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우리 마음 안에 생명과 희망의 창을 하나 열어놓으셨습니다. 그 창으로 하느님 사랑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둠뿐이던 우리 인생이었으나 빛이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 우리 인생이 활짝 꽃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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