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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이 없는 곳에서는 성한 눈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3 조회수364 추천수2 반대(0) 신고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9:5)
 
요한 복음에서는 유독 빛과 어둠을 많이 말하고 있는데
심오하고 역설적인 뜻을 갖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던 사람은
시력을 되찾았을 뿐더러 영적인 눈도 갖게 되었지만
영적(靈的)인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바리사이인들은 점점 더 영적으로 눈이 멀어갔다.
성가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에
“저는 한 때 눈멀었지만 지금은 볼 수 있지요.”하는 대목이 있다.
우리 신자들은 믿음을 갖게 되면서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과연 어둠이 없는가?
마르코 복음(9:24)에 더러운 영(靈)에 사로잡혔던 아이의 아버지가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말했듯이
우리들에게도 참된 믿음이 없을지 모른다.
사울이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자 땅에 납작 엎드렸다가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고 있다(사도행전 9:8).
그러나 사울은 벌떡 일어나 “이제 보게 되었습니다!”하고 기쁘게 외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니라 눈이 먼 채로 사흘을 보냈다.
그는 어린이처럼 하느님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쿠스에 갔고
그의 시력을 다시 찾기까지 어둠 속에서 사흘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3년을 아라비아 사막에서 헤맸다.
그는 아마 보게 되었을 때에도
우리는 거울을 통하여 서로를 희미하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제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알고 싶습니다.”하고 말했을지 모른다
(1코린토 1:12).
 
믿음은 하느님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믿음의 빛은 환하게 밝은 빛이 아니라 겸손하게 길을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빛이다.
닛사의 성 그레고리오(St. Gregory of Nyssa, 332 - 395)는 요한이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1:18)”고 한 말을 보고 ‘빛나는 어둠(luminous darkness)’을 꿰뚫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레고리오 성인은 역설적인 표현을 즐겨 썼다.
현명한 바보’, ‘멀쩡한 술 취함’, ‘정중동(靜中動)’, ‘살아 있는 죽음’……….
 
루미가 오늘의 복음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 같다.
하느님께서는 관대한 분이시므로 시력을 되찾으려면 용서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용서를 구하는 것조차도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다.
공부를 많이 했다거나 수행(修行)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깨달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그의 행동 때문에
바로 회개하지 못하고 그의 마음은 점점 더 돌처럼 완고하게 되었다.
돌 안에서는 회개의 씨앗이 자랄 수가 없는 법이다.
………………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 꿇어 엎드리는 것은 아니며
간절히 은총을 바란다고 다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회개하면 구원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며 죄를 짓지는 말아라!
회개하려면 물과 불이 필요하다(물로 세례를 받아야 하고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
먼저 먹구름과 번개를 만나야 한다(심한 고통을 겪고 수난을 받고 박해를 받아야 한다).
과일이 익으려면 물과 많은 빛이 필요하다.
과일들도 먹구름과 번개를 만나고서야 과일 구실을 할 수 있게 된다.
눈물을 흘려보지도 않고
또 네 마음에 밝은 빛도 없이 어떻게 너의 분노의 불길을 끌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세월을 소급해 가고 있다.
그리하여 마지막 심판 날에 너희의 지난 잘못을 낱낱이 드러낼 것이다.
그 때 죄가 많은 사람은 부활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과거를 소급하여 여행을 하여 많은 것을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돌아올 때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
 
하느님만이 어둠을 없애실 수 있다.
어둠도 당신께는 어둡지 않고 밤도 낮처럼 빛납니다.”(시편 1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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