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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저는 믿습니다.” - 4.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3 조회수354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4.3 사순 제4주일

사무 상16,1ㄱㄹㅁㅂ.6-7.10-13ㄴ 에페5,8-14 요한9,1-41

 

 

 

 

 

“주님, 저는 믿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체험도 새삼스런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생명과 빛의 체험입니다.

봄은 배 밭에서 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무심코 배 밭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가득 안겨오는 초록 생명의 새싹들이었습니다.

‘아, 생명의 봄이구나!’

탄성과 함께 의욕이 샘솟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얼마 전 성당 창문을 여는 순간

한 눈 가득 들어오는 푸른 하늘, 밝은 봄 햇살이

마음의 어둠을 환히 밝혀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또한 생명과 빛의 주님 체험입니다.

 

지난 사순 제1주일

주님은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셨고,

사순 제2주일에는 당신의 변모를 통해 우리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셨으며

지난 사순 제 3주일은 ‘생명의 물’로 우리를 해갈 시켜주셨고

오늘 사순 제 4주일 오늘

주님은 우리의 어둠을 환히 밝혀주는 ‘세상의 빛’으로 오십니다.

사순시기의 복음 배치가 참 절묘하여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잠에서 깨어나십시오.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어나십시오.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비추십니다.

사순 제4주일 첫 번째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실상 깨어있다 하나 영혼은 잠들어 있는 이들이 태반이요

살아있다 하나 죽어있는 이들이 태반입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솟구쳐 일어나라는 말씀입니다.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일어나 시작하라는 말씀입니다.

부단히 나태의 잠에서 깨어나야 하고 넘어지더라도 곧장 일어나야 합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합니다.

특히 영성수련시기인 사순 시기는 더욱 그러합니다.

긴 것 같아도 참으로 짧은 인생입니다.

일일일생, 일생을 살듯 하루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하루를 일생의 축소판으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그렇게 사셨습니다.

다음 말씀이 절박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우리는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때에는 아무도 일하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 나는 세상의 빛이다.”

 

죽음의 밤이 되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그 누구도 인생 낮 기간을 늘릴 수 없습니다.

해가지고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야 하듯

죽음의 어둠이 오면 모든 것 중단하고 아버지께 가야합니다.

햇빛 환한 세상도 빛이신 주님이 없으면 영혼은 캄캄한 밤입니다.

죽음의 밤이 오기 전 주님의 빛이 환히 비추고 있는 대낮에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잠에서 깨어 일어나 주님의 일을 하십시오.

세상의 빛인 주님께서 우리를 비추십니다.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십시오.

 

사순 제4주일 두 번째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의 태생 소경은 주님의 명령대로

실로암 못에 가서 씻고 나서야 앞을 보게 되었습니다.

태생 소경이 상징하는바

눈은 있어도 보지 못하는 눈 뜬 소경을 상징합니다.

태생 소경뿐 아니라

복음에서 예수님만 빼놓고 모두가 눈 뜬 소경들입니다.

보고도 못 보는 경우는 얼마나 많습니까?

문맹, 컴맹이란 말도 있는 데

영적인 눈으로 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靈盲일 것입니다.

하여 볼 見자가 들어가는 편견, 선입견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자 몇이나 되겠는지요.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식대로 보는 영맹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게 원죄가 상징하는 것입니다.

장점은 잘 안 보이고 단점만 잘 보이는 참 고약한 눈들입니다.

예쁘면 모두가 다 예뻐 보이고 미우면 모두가 다 밉게 보이는

참 믿을 수 없는 눈입니다.

見物生心이란 말도 있듯이 눈에서 시작되는 죄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눈이 없으면 죄도 짓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 예수님의 다음 말씀도 이해가 갑니다.

 

“너희가 눈 먼 사랑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있다.”

 

눈의 봄에서, 입의 말에서 짓는 죄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주님께 치유 받아 눈떠야 할

눈 뜬 소경, 태생 소경들입니다.

이걸 깨달아 알 때,

자기의 안목과 시야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부족한지 깨달아 알 때

비로소 겸손입니다.

 

그러니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십시오.

‘파견된 이’라는 실로암의 뜻이 심오합니다.

바로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된 예수님이 실로암 못이라는 말입니다.

주님이신 하느님이 바로 실로암이란 말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바로 이 성전이,

성전의 미사가 바로 실로암 못입니다.

영적 태생 소경인 우리들 세례로 영의 눈은 떴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워 눈 뜨러, 영적 시력을 되찾으러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영적 시력을 회복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사무엘은 실로암 못을 상징하는 주님과의 만남으로 영적 시력을 회복해

올바른 분별로 다윗을 택합니다.

엘리압을 생각했을 때 즉시 사무엘의 잘못을 일깨우는 주님이십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이어 다윗이 오자 주님은

즉시 사무엘의 눈을 열어주시어

올바른 분별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하십니다.

 

“바로 이 아이다. 일어나 이 아이에게 기름을 부어라.”

 

매일의 성체성사 실로암 못에서

주님 은총의 물로 부단히 씻어낼 때

편견과 선입견의 영적고질병도 치유됩니다.

영적시력을 회복하여 ‘주님의 눈’으로 올바른 분별도 가능합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은 한 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사순 제 4주일 세 번째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빛의 열매는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십시오.

이게 빛이신 주님께서 주시는 분별의 지혜입니다.

사실 밖으로 드러나는 것은 모두 빛으로 밝혀집니다.

밝혀진 것은 모두 빛입니다.

빛이신 주님 안에서 살아갈 때

치유와 정화로 주님과 하나 되어 온통 우리도 빛이됩니다.

이런 과정은 점진적입니다.

하여 우리의 여정은 개안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속 영의 눈이 열려 밝아져가는 우리 삶의 여정입니다.

육신은 노쇠해도 영의 눈은 맑고 밝아야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입니다.

오늘 태생 소경의 영의 눈이 밝아져 가는 과정이 참 좋은 교훈입니다.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소?”

 

묻자 태생 소경이었던 이의 대답입니다.

 

“예수님이란 분이 진흙을 개어 내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으라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바리사이들의 두 번 째 물음,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태생 소경이었던 이의 대답입니다.

“그는 예언자이십니다.”

라 대답합니다.

 

예수라는 사람에서 예언자로 격상입니다.

그만큼 그의 영의 시력이 좋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주님과의 문답에서 그의 대답이 절정을 이룹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하며 예수님께 경배했고

마침내 그의 영의 눈이 활짝 열려 주님을 알아봤고

영적 시력도 완전 회복되었습니다.

 

 

오늘 강론의 제목입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으로 정했다가 끝에 가서 바꿨습니다.

주님을 믿을 때 활짝 열리는 영의 눈입니다.

‘개안의 여정’은 바로 ‘믿음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실로암 못 거룩한 성체성사에 참여하여

믿음을 고백한 우리의 눈을 활짝 열어주시어

빛의 자녀로 세상에 파견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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