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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오늘 말고 내일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6 조회수681 추천수9 반대(0) 신고
<사순 제4주간 수요일>(2011. 4. 6. 수)(요한 5,17-30)

 

<오늘 말고 내일>

 

7, 8년 전 교도소 사목을 하던 시절에

매달 교정사목 후원회 미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미사 후에 고해성사를 보던 할아버지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연세도 많았고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몸이 불편했는데도

매달 빠지지 않고 그 미사에 참석했고, 미사 후에는 고해성사를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교도소 사목을 그만둔 후에는 다시 그분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분을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그분이 생각났습니다.

진짜로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세상을 떠났을까, 아직 살아 계시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분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가 날아왔습니다.

부고를 받자,

저는 혹시 그분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저에게 고해성사를 보고 싶어 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저에게 들렀다 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좀 더 특이한 경험을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떻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것은 느낍니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신론자들과 유물론자들은 눈에 보이는 세상 외에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경험은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내세도 없고, 영혼이란 없다고, 사람은 죽으면 그만이라고 주장합니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무신론자들과 유물론자들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들 중에도 그런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입니다.

 

신앙인이란 영혼도 믿고 내세도 믿고 심판도 믿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그것을 기복신앙이라고 부릅니다.

당장 오늘 복을 받는 것만 바라는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4월 6일의 복음 말씀을 보면, 예수님께서 부활, 심판, 영생을 말씀하시는데

기복신앙에 빠져 있다면 그런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복음 말씀을 잘 들여다보면 그리스도교의 핵심 교리들이 요약되어 있는데,

예수님을 믿으면 복 받고 잘 살게 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그 대신에 이런 말씀들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무덤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목소리를 듣는 때가 온다.”

 

우리는 오늘의 작은 복에 연연하지 말고

내일 받게 될 영원한 복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순 시기에 회개를 강조하는 것은 부활절 때 복을 받으라는 뜻이 아니라

심판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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