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길 잃은 개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08 조회수466 추천수9 반대(0) 신고

사흘 전에 우리집에 개 한마리가 기웃대던 것을 정이 많은 큰 아이가 데리고 왔다. 사거리 코너집이라 다니는 차들도 많고 자칫 잘못하면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고 그냥 모른척 놔두지 못하고 '엄마, 엄마, 여기 길 잃은 개가 있어!'하며 흥분해서 안고 들어 왔다.

길 잃은 개가 우리집으로 온 것이 벌써 세 번째다.

한 번은 작은 요크셔 테리어가 문 앞에 있는 것을 데리고 와서는 주인을 찾아 준 적이 있었다. 다행히 그 개는 목걸이가 있었다. 커피색이 섞인 개여서 그런가 모카라는 귀여운 이름도 있었고 목걸이에 쓰여 있는 전화로 전화를 걸었더니 바로 길 건너 옆집 옆집에 산다고 하시며 개를 데려 가셨다. 

두 번째도 전화를 해서 찾아 주었고 세 번째인 이 개는 목걸이도 없어서 주인을 확인할 수가 없다. 혹시나 정보를 저장한 칩이 몸에 삽입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애완동물 가게에도 다녀 왔지만 없단다.

동네 소식을 전하는 이메일로 사진과 함께 메일도 보냈고 사거리 코너와 집 앞에 큰 글씨로 개를 찾았다고 써 놓았지만 주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삼일이나 지나간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유기견들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그런 개들은 보호소에 가면 어떤 개들은 운이 좋아 입양이 되기도 하나 어떤 개들은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행히 동네 분이 메일로 주인을 못 찾으면 입양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주거나 혹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죽이지 않는 보호소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신다.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어렸을 적 시골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갑자가 사라져서 동네를 찾아 헤매 다니고 슬펐했던 기억과는 반대로 우연찮게 우리에게 온 개를 보호하며 갖가지 생각이 든다. 이미 써니를 키우는 우리가 감당하기엔 버겁고 그렇다고 모른척 할 수는 없고...

주인이 빨리 찾아 갔음 좋겠다고 처음엔 생각했다가 어쩌면 버린 개일지도 모른다 싶으니 좋은 새 주인을 빨리 만나기를 기도하게 된다.

작은 아이는 스파키라는 이름도 붙여서 이뻐해 준다.

덩치가 산 만한 써니와 작은 개인 스파키는 서로 얼굴만 보아도 으르렁거리고, 또 써니 앞 발길질 한 번이면 스파키는 나동그라질 듯해서 함께 뒷마당에 두지를 못하고 격리를 시켜 놓았다.

마음 한 구석에 갑자기 나에게 부과된 책임감과 함께 길 잃은 스파키에 대한 애틋함이 교차한다.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너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으니  염려말라고 하신다.

길 잃은 개를 보며 또 이 생각 저 생각이 드는 날이다.

 

나는 길 잃지 말고 살아야겠다.

하느님 아버지 울타리 안에서 아버지를 찾아서 기쁘게 편안하게 행복하게 그렇게 매일 매일 살아야겠다.

행여 울타리너머 세상이 궁금하여 나가거나 나도 모르게 길을 잃어 나가더라도 얼른 돌아올 수 있도록 아버지 품 안에서 누리는 자유와 평화와 행복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꼭 온 몸과 마음으로 기억해 두어야겠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아버지께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다.

 

좋은 주말이 시작 되었습니다. 매일 아버지를 찾는 일이 몸에 배어 버리면 행여 길을 벗어났거나 나도 모르게 길을 잃어버리더라도 아버지 하느님 찾아올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며 묵상도 아닌 그저 소박한 일상 나누고 갑니다.

스파키(가칭) 사진 보시면 화살 기도 한 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음 달이면 한 살이 되는 힘이 무지 세고 제게 애정 표현을 너무 격하게(?)하는 왈가닥양 써니 사진도 덤으로 올려 드립니다. 많이 컸지요?

오늘도 모두 주님 안에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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