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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울아, 사울아
작성자김형기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16 조회수368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울이 길을 떠나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번쩍이며 그의 둘레를 비추었다. 그는 땅에 엎어졌다.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하고 자기에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울이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하고 묻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일어나 성안으로 들어가거라. 네가 해야 할 일을 누가 일러 줄 것이다.” 사울은 땅에서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사울은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하나니아스는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사울에게 안수하고 나서 말하였다. “사울 형제, 당신이 다시 보고 성령으로 충만해지도록 주님께서, 곧 당신이 이리 오는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나를 보내셨습니다.” 그러자 곧 사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일어나 세례를 받았다. (사도행전 9장에서)
 
--그는 땅에 엎어졌다.
 
주님을 만나기 전에 사울은 땅에 엎어졌다. 영문 성경에는 이 대목이 “He fell down to the ground.”라고 되어 있는데, 넘어지다, 엎어지다 또는 자빠지다 어느것으로도 번역될 수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엎어졌다.’ 라는 번역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 넘어져서 온몸을 주님께 내맡기는 자세가 바로 ‘엎어지다.’ 라는 표현이 아닌가?
 
그에게는 더는 내려갈 곳이 없는 가장 밑바닥인 곳이 어쩌면 편안했을 것이다. 밑바닥까지 자신을 낮추면 누구를 미워하거나 부러워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성경은 주님을 만나려면 자신을 낮추어야 함을 사울을 통해 보여 준다. 참 신앙인은 낮은 곳에서 낮은 자세로 지내야 주님을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인 듯하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마지 못해 엎어지고도 잘났다고 고개를 교만하게 빳빳이 치켜세우고 있는 것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모르겠다.
 
--사울은 사흘 동안 앞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동안 그는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참 신앙을 갖기 전에는 세상을 보아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고 먹고 마시며 생명을 유지한다고 하여도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비록 부귀와 명예를 갖고 호사를 누리며 산다고 하여도 참 신앙이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음을 암시한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신을 발견하고 섬기는 사람이다. 둘째는 신을 발견하지 못하고 신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셋째는 신을 발견하려고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라고 하였는데 사울은 주님의 이름을 알리도록 주님이 직접 선택하셨으니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주님의 이름을 위해 엄청난 고난을 받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사도 9,15~16)
 
나는 주님의 이름을 위해 고난을 받는 일이 없이 주님에게 선택받기만 바라는 건 아닐까?
 
--당신이 이리 오는 길에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나(하나니아스)를 보내셨습니다.
 
사울은 학식이 높고 로마 시민권을 가진 특수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하나니아스는 성경에 제자라고만 소개되어 있다. 당시 제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주님께서 직접 사울의 눈을 뜨게 해 주시지 않고 사울보다 보잘 것 없는 하나니아스를 통해 눈을 뜨게 해 주신 것도 깊은 뜻이 있을 것이다. 신앙의 눈은 나보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사람을 통해서도 떠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자도 논어(論語)》의〈술이 편(述而篇)>에서 삼인행필유아사 [三人行必有我師]."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라고 하였는데 내 주위에는 스승이 될 분이 많이 있다. 좋은 말씀으로 깨우침을 주시는 분, 봉사를 통해 주님을 섬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분, 고통을 잘 받아 들임으로써 주님께 가까이 가는 길을 일러 주시는 분, 이들 모두가 내 눈을 뜨게 해 주시는 분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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