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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하고, 어색하고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17 조회수535 추천수9 반대(0) 신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2011. 4. 17.)(마태오 21,1-11)

 

<이상하고, 어색하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여러 가지로 많이 이상하고 어색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면서 ‘호산나’를 외치는 군중의 수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이 예루살렘 시민들은 아닙니다.

예루살렘 시민들은 예수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유대 최고의회에서도 그 일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재판 때에 그 일은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습니다.

혹시 유대인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킬까봐 늘 감시하고 있던 로마 당국에서도

그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군중’이 소리 지르면서 행진을 했다면,

가장 먼저 로마 군인들이 달려왔을 텐데 군인들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예루살렘 입성 행진 후의 결과도 없습니다.

행진 후에 성전으로 가셔서 성전의 장사꾼들을 쫓아내신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도 복음서마다 기록이 다릅니다.

그 행진에 참가했던 군중이 어디서 어떻게 해산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습니다.

행진하다가 그냥 흩어졌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예루살렘 입성 행진에 참가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고,

최고의회나 로마 당국이 신경 쓰지도 않은

작은 규모의 해프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왜 그런 일을 하셨을까? 입니다.

현장에 있던 제자들은 왜 그 일에서 그렇게 깊은 인상을 받고 복음서에 기록했을까?

 

일단, 예수님에게는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습니다.

만일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면,

수천 명의 군중이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시려고 했을 때(요한 6,15),

그때 뭔가를 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 입성 행진은 로마나 유대 당국에 대한 도전이나 시위가 아니라

제자들과 신자들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당신이 평화의 왕이며 메시아라는 것을 행동으로 선포하신 가르침이라는 것입니다.

 

군대의 힘으로, 12.12와 5.18을 통해서 권력을 잡은 독재자를

당시의 언론들은 하늘이 내려 준 영웅이라고 찬양하기도 했고,

정감록에서 예언한 정도령이라고, 민족의 구원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 권력과 무력에 눌려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것이 세속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모습은 어린 나귀를 타고 있고,

무기나 군대도 없고, 권력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사실상 예루살렘 입성 행진은 십자가 수난의 일부입니다.

세속의 눈으로 보면, 초라하고, 어설프고, 뭔가 어색하고, 이상한 행진입니다.

그게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고, 예수님의 방식입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영광스러운 일의 목격자는 제자들과 신자들뿐입니다.

부활과 승천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면,

아마도 한순간에 로마제국을 장악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태어나실 때부터 그랬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에게 가서 유대인들의 임금이라고 하면서 경배를 했지만,

예수님은 그저 힘없고 가난한 어린 아기였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세속의 왕궁에서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에게 높은 자리 하나씩 달라고 인사 청탁을 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고난의 잔을 마실 수 있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신앙생활은 세속의 부귀영화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에게 빌린 어린 나귀를 타고 계신 예수님에게 그런 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예수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은 세속의 부귀영화도 권력도 돈도 아닙니다.

 

예수님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예수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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