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나는 누구일까?
작성자김형기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0 조회수477 추천수2 반대(0) 신고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다 (마르 8,27-30)
 
27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28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29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30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내 이름은 Hyong Kim
 
교통사고를 당하고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어느 날 아침에 새로 나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간호사가 서류를 들여다 보며 물었다. “What do you want to be called? Hyong or Mr. Kim?” 보통은 주저 없이 Mr. Kim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미국인들이 Hyong을 ‘하이용’ 또는 ‘히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싫어서였다.
 
그런데 그날 아침에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Call me, Bob. Today only, please.”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군말 없이 온종일 ‘밥’이라고 불러 주었다. 정신이 들락날락하던 때라서 간호사도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여겼을 거다.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배에 연결된 급식 튜브로 유동식을 공급받을 때라서 하얀 쌀밥에 김치를 얹어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그날 하루는 ‘밥’ 소리가 실컷 듣고 싶어서 ‘Bob’으로 불러 달라고 했지만 단 하루라도 Hyong이 Bob이라는 다른 사람으로 바뀐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는 이름으로 사람을 부르지만 이름이란 호칭에 불과한 것으로서 어떤 사람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제대로 나타낼 수는 없다. 수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더라도 그들은 제각각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이 이름이 아니고 번호로 불리는 공동체라면 인간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아 준다고 볼 수는 어렵겠다.

~일을 하는 사람, ~회사 (   )님, (     )엄마…등과 같이 직업이나 사회적인 지위로 사람을 부른다면 그 사람의 역할을 나타내는 것일 뿐, 그 사람의 참 실체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체험으로 그 사람을 설명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어려서 가난으로 고생을 많이 했지만 굳은 의지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므로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기 어려운 사람.”.. 등과 같이. 그러나 인간이란 체험이나 삶의 궤적만으로 간단히 단정 지을 수 없는 자유로운 인격체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듯이 인간은 보고 만질 수 있는 육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육체가 감싸고 있는 마음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구성 요소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설명할 때 어떻게 생긴 사람이라고 말하면 불완전하다. 당연히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도 말하여야 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영혼의 작용에 불과한 것이므로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 사람의 몸에 담긴 영혼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올바른 영혼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여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는 Mel Schwartz의 글 ‘A Shift of Mind’를 참고했음을 밝힙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도 이름 말고도 ‘~의 남편’, ‘~아빠’, ‘스테파노’ 등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불리고,
‘~회사 직원’, ‘세탁소 하는 아무개’, ‘구역장’ 등 맡은 직무에 따라서 불리었고,
고향에서 어려서는 ‘성깔 있는 아이’, 좀 자라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 (주위 아이들이 워낙 공부를 못해서^^)로 불리었을 터이고,
고등학교 때는 ‘별 특징이 없고(성적이 별로 신통치 않아서) 조용한 학생’ 정도로 알려졌을 테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영혼의 소유자인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기야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인들 나를 알겠는가?” 그러면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겠다. 
 
고등학교 동창들의 인터넷 카페에 글을 많이 올리다 보니 친구들로부터 인터넷 스타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이 카페에는 정치와 종교와 같은 민감한 주제는 올리지 않는 것이 묵시적으로 약속되어 있다. 하지만, 신앙 이야기를 꼭 올리고 싶을 때에는 “예수쟁이 티를 내서 미안하네만….” 하고 양해를 얻는다. 그러면서 가톨릭 신앙에 대한 자랑을 은근히 드러낸다. 어릴 때 예배당 나가는 아이들을 놀리며 예수쟁이라고 불렀는데 어느새 내가 예수쟁이임을 자랑스러워하게 된 것이다. 나를 가리키는 호칭이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스테파노가 가장 자랑스럽다. 첫 번째 순교자와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게 어디 보통 명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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