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4월 21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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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4-21 | 조회수1,050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4월 21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요한 13장 1-15절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게 하셨다.”
<사랑의 날, 성목요일>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꽃 잔치입니다. 수도원 마당에, 등산로 초입에, 가까운 강가에, 미사 오가는 국도변에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했습니다. 찬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신마저 아득해지는 행복한 순간입니다. 이것도 잠시겠지,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크지만 세상의 이치가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언제나 절정은 잠시뿐입니다. 큰 기쁨은 한 순간입니다. 청초한 꽃봉오리의 순간, 화사한 만개의 순간은 찰라입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추억하는 일이며, 견뎌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입니다. 오늘을 최대한 살아야겠다는 생각,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큰 의미를 부여해야겠다는 생각,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사랑할 시간이 없기에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
자연이 빚어내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든 생각입니다. 오래도록 들여다봐야 더 아름답다는 생각, 자세히 들여다봐야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
우리 인간끼리 주고받는 사랑도 마찬가지겠지요. 참사랑이 지니는 특징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지속성 여부, 항구성 여부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지니는 밀도입니다. 참 사랑은 한 시간 두시간, 하루 이틀 하다마는 그런 사랑이 절대 아닙니다.
오늘 성 목요일은 사랑의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성목요일 전례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황공하게도 하느님께서 당신이 지으신 피조물 인간 앞에 무릎을 꿇으십니다. 뿐만 아니라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그 인간의 발을 씻어주시고 입을 맞춰주십니다. 인간 앞에 엎드리시고 인간의 발의 입을 맞추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사랑밖에 모르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나름대로 안다고 자부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은혜로운 성 목요일 하느님으로 오신 예수님을 좀 더 자세히, 좀 더 가까이서, 좀 더 오래도록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그에 비례해서 하느님의 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스런 작품인 이웃들도 더 가까이에서, 더 오래도록 바라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허물, 그들의 큰 과오, 큰 부끄러움이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 그들의 측은함, 그들이 지닌 맑음, 아름다움, 그들 안에 깃든 신성에 우리 시선을 고정시키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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