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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사랑, 예수님의 부탁 - 송영진 모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4-21 조회수635 추천수14 반대(0) 신고
 
<주님만찬 성 목요일>(2011. 4. 21. 목)(요한 13,1-15)

 

<예수님의 사랑, 예수님의 부탁>

 

최후의 만찬 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신 것은

서로 섬기는 공동체가 되기를 당부하시면서

'섬김'의 자세를 모범으로 보여주신 일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4-15)."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흉내만 내는 것으로는 본받는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마음과 사랑을 본받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독재자로 군림하면서

일 년에 하루, 연중행사로 발을 씻어주는 것은 의미 없는 일입니다.

발 씻는 예식은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예수님의 그 마음과 사랑을 평소에 본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배반자 유다의 발도 씻으셨습니다.

그가 배반했음을 알고 계시면서도 그의 발을 씻으셨다는 것은

'용서'의 뜻이 들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른 제자들에게는 '섬김'의 자세를 본받으라고 발을 씻으셨지만,

유다에게는 특별히 '용서와 사랑'을 보여 주신 것 같습니다.

 

회개는 용서를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를 받았으니까 하는 것입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서,

작은 아들이 집에 돌아왔기 때문에 아버지가 용서를 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용서를 했기 때문에 작은 아들이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용서하지 않았다면, 작은 아들은 대문 앞까지는 갈 수 있었겠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유다를 용서하셨습니다.

그는 되돌아오기만 하면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최후의 만찬 때에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은

제자들(신자들)과 영원히 함께 계시기 위해서

당신의 사랑을 성사로 남겨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배반자 유다도 성체를 받아먹었을까?

다른 복음서에서는 그게 불분명한데,

루카복음서를 보면, 성체성사를 세우신 뒤에도

유다가 계속 식탁에 앉아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루카복음서의 기록을 따르면

배반자 유다도 성체와 성혈을 받아먹었습니다.

이미 배반했으면서도 성체를 받아먹었다는 것,

성체를 받아먹었으면서도 배반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런 점들이 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영성체를 한다고 해서 은총을 자동적으로 받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용서와 회개의 관계와 같습니다.

용서를 주지 않아서 용서를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용서를 안 받으려고 해서 못 받는 것입니다.

영성체 경우에도 성체의 은혜는 모두에게 주어지지만

받는 쪽에서 안 받으려고 하면 못 받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5)."

 

그러니 영성체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영성체를 하기 전에 먼저 여러 가지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최후의 만찬이 끝난 뒤에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로 가셔서

피 같은 땀을 흘리시면서 기도하셨습니다(루카 22,44).

그리고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라고 호소하셨습니다(마태 26,40).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바라신 것은 그저 단 한 시간,

옆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복잡한 일을 하라고 하신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한 시간만 깨어서 함께 기도하기를 바라셨을 뿐입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지만,

예수님께서는 다른 걸 바라시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이 못했던 그것을 오늘날 우리들이 하기 위해서

한 시간의 성체조배를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면 밤을 꼬빡 새워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예수님 곁에 남아 있으려는 노력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성목요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에게 뭔가를 부탁하고 간청하는 일만 하면서

예수님께서도 우리에게 뭔가를 부탁하실 수 있다는 것은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명령이 아니라 부탁.)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뭔가를 부탁하실 때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부탁하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구든지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 작은 일,

그런 일을 부탁하십니다.

 

성목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도

우리가 예수님을 위해서 해 드릴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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