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6일 부활 팔일 축제 내 화요일
"Stop holding on to me,
But go to my brothers and tell them,
(Jn.20.17)
컴퓨터를 만진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때에는 값비싼 게임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제 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에 저를 너무나도 많이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 컴퓨터이니까요.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는 참으로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래서 굳이 아침에 신문을 정독하지 않아도 인터넷 안에서 웬만한 뉴스는 다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정보를 얻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너무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어떤 특정 개인(특히 연예인)에 대한 사적생활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공개시키는 네트진들의 훌륭한(?) 정보력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사적생활을 궁금해 하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상대방을 무조건 부정하고 보는 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자기보다 나아보이는 사람들을 무시함으로 인해 자신이 그 사람보다 더 윗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일까요?
아무튼 익명성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사람들은 사적인 내용들을 진실이라며 이곳저곳에 알리기 바쁩니다. 그런데 나의 그러한 행동들이 그 당사자에게 아픈 상처를 준다는 진실은 왜 깨닫지 못할까요? 또한 자기가 생각하는 것은 진실이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기준 자체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 아닐까요?
언젠가 시국미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약자를 위해 미사 드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얼마 뒤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조금 당황스러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글쎄 저를 비롯해서 당시 시국미사에 참석했던 신부들에게 ‘빨갱이 신부’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것입니다. 소외받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시국미사를 봉헌한 것이 ‘빨갱이 신부’라고 평가 받아야 하는 것인지, 씁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와 다르다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기 안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함부로 판단하고 결론 내어서도 안 됩니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만 더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바로 이러한 노력이야말로 주님을 닮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마리아가 슬피 울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 시신이 없어졌기 때문이었지요. 즉,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기에, 예수님의 시신을 누군가가 훔쳐갔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확신이 너무나도 분명했기에, 바로 코앞에 사랑하는 예수님께서 계셨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자기 안의 틀에 갇혀 있었고, 그래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나의 틀 안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큰 사랑을 보여주셨듯이, 우리 역시 넓은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나를 부를 때, 곧바로 “주님”이라고 큰 소리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
멀리 가려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고, 높이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중용).
이번엔 제대로 찍었습니다.
너무나도 싱싱한 쭈꾸미
지난 번 쭈꾸미 사건(?)을 기억나십니까? 그때는 쭈꾸미가 너무나도 맛있어서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렸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사진 찍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제 동창신부 모임에서 저녁 식사 메뉴가 쭈꾸미였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한 차례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제 주변에서도 이번에는 꼭 사진을 찍으라면서 도와줍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그마한 실수가 오히려 더 큰 실수를 막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실수한 사람을 도와주지, 완벽한 사람에게는 도움의 손길을 잘 펼치지 않는다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실수는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하나의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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