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엠마오 말고 예루살렘으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 송영진 모세 신부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4-27 | 조회수798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2011. 4. 27. 수)(루카 24,13-35)
<엠마오 말고 예루살렘으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엠마오로 가는 길은 먹고살기 위해서 가는 길입니다. 스승 예수님은 돌아가셨고, 예수님께서 하시던 일도 끝장난 것 같고, 달리 할 일도 없으니 이제 먹고살 길이나 찾자고 가는 길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제자들이 고기나 잡으러 가자고 하던 것과 같습니다(요한 21,3).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을 만난 뒤에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예루살렘에 가서 그들이 첫 번째로 한 일은 예수님을 만난 일을 증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복음을 전하러 가는 길입니다. 제자들이 가야 할 길은 엠마오로 가는 길이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입니다. --------- 엠마오로 가는 길을 인생 여정으로 생각하고, 길을 가다가 예수님을 만났다는 사실에만 주목하면서 신앙 여정을 ‘엠마오로 가는 길’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활절 다음 날 가는 소풍을 ‘엠마오 소풍’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성경 공부를 엠마오 여정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것이 그것인데, 그런 건 잘못된 표현들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예루살렘을 떠나는 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까지만 겪고, 아직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엠마오로 가는 길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등지고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중간에서 예수님을 만나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등지고 먹고살 길을 찾아 가는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가는 길 중간에서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것은 그들을 예루살렘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먼저 성경 말씀을 설명해 주십니다. 기초교육부터 다시 하신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십니다. 빵을 떼시는 예수님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것은 성체성사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깨달았다는 뜻입니다. 그분은 곧 부활하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 두 제자에게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그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즉시(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열한 사도와 합류합니다. 그리고 자기들이 예수님을 만났음을 증언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증언하는 것이 곧 복음 선포입니다. ---------- 두 제자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엠마오로 간 것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지내던 곳을 떠나서 자기들 집이 있는 엠마오로 갔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엠마오로 가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덤으로 가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천사가 여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루카 24,5-6).” 예수님을 무덤에서 찾지 말라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려면 무덤을 떠나야 합니다. 사실 제자들이 예수님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로 오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처음에는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하셨습니다(마태 28,10). 그곳에서 제자들을 만나신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루카 24,48).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해서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루카 24,47). ------------- 예수님을 따르려면 엠마오로 가는 길은 버려야 합니다. 예루살렘으로, 그리고 온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은 부활로 끝났지만, 우리가 십자가를 지고 그 길을 걷는 것은 아직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리의 십자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 송영진 모세 신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