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4월 30일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
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4-30 | 조회수1,005 | 추천수24 | 반대(0) 신고 |
4월 30일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마르코 16장 9-15절
“그 여자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이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전쟁 같은 인생, 폭풍 같은 인생>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심정,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그 상실감과 막막함, 그 죄책감과 아쉬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사별의 아픔이란 것, 참으로 끔찍합니다. 그가 없는 이 세상, 그 어떤 좋은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가 남긴 내 마음 안의 빈자리는 언제나 차가운 삭풍이 불어댑니다.
세월이 흐르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틈만 나면, 철만 바뀌면, 때만 되면 가슴 한켠이 뚫린 듯 큰 아픔을 느낍니다.
예수님과 사별한 제자들이 그랬습니다. 너무도 갑작스레 다가온 충격적이고 끔찍한 예수님의 죽음 앞에 제자들은 거의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된 자로서 그분이 그리도 참혹한 죽음을 당했는데,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당당히 나서서 저지하지 못한 자괴감에 사로잡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의 표현을 통해서 제자들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여자는 예수님과 함께 지냈던 이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였다.”
보십시오. 제자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골방에 모여 가슴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죄책감이 커지면서 크게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태산처럼 믿고 있었던 스승님, 모든 것을 다 바쳐 따랐던 예수님이 이 세상에 안계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울고 있었습니다.
보십시오. 스승 부재 상태에서 겪게 되는 제자들의 괴로움입니다. 주님께서 현존하지 않는 공동체의 힘겨운 모습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 살아보니, 또 돌아보니 때로 전쟁 같습니다. 때로 폭풍 속 여행 같습니다. 절망이 희망을 짓누릅니다. 너무도 높은 벽 앞에 울부짖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 인생으로 건너오셔서 우리의 지주가 되어 주실 때 우리는 전쟁 같은 인생 가운데서도 참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라면 폭풍 속에서도 평온히 지낼 수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가 아니라 나 홀로, 내 의지대로, 내 계획대로 걸어가는 여행길은 피곤함과 무의미로만 가득할 것입니다.
반면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살며시 우리 곁에 다가오셔서 그분과 함께 걷는 여정은 꽃향기 가득한 천국의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