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곳은 가정입니다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1 조회수839 추천수3 반대(0) 신고

 

  신혼을 갓 넘긴 남편이 밤늦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는 아내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는 방을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있는 방으로 갔습니다. 그는 인터넷 쇼핑사이트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렴풋이 남편임을 짐작한 아내는 그의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무엇을 하냐고 물어도 모니터를 가리고 보여주지를 않습니다. 더욱 의심스러운 아내는 기어코 달려들어 그 내용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의외로 중년여성 브랜드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밤에 웬 옷이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장모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나이 들수록 밝은 색상을 입어야 된다며, 눈에 확 띠는 색상을 골라 꼭 그걸 보내드려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잠이 덜 깬 아내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결재하기 전에 의자를 뺏어 앉고는, 친정엄마가 소화 낼 수 있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끝내 남편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장모에 대한 남편의 사랑을 외면 할 수 없어서였습니다.

  이 젊은 남편은 아내 사랑하는 법을 일찍부터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가정을 평화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아량을 갖춘 남편입니다. 그는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고 생각했었을 것입니다. 지금 아내를 가장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튿날 아내는 그동안 쌓인 피로가 씻은 듯이 날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 그의 아내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시부모님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망설일 새도 없이 그녀도 시부모님 선물을 골라 보내드리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이 사실을 늦게 안 남편이 말끝을 흐렸습니다. 우리 부모님한테는 안 보내도 되는데... 이들 사랑의 증표인 그 장모의 옷은 몇 년 째 장롱에서 고이 잠자고 있다고 합니다. 어둠속에 갇혀 있어도, 바라볼 때마다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선물인 것입니다.

  때로 자식에 대한 사랑은 애간장이 녹도록 애절합니다. 그러나 서로 맞춰 살려고 노력하는 부부의 사랑만큼 애틋한 사랑도 없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려내기보다 한발 물러나 마음이 하나 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한 그들입니다. 마음이 착한 이들은 어려울 때 서로에게서 감지되는 이런 진실한 사랑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하며 살아갑니다.

 이런 행복 속에 피어나는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효심은, 뜰 앞 화단에 오밀조밀 피어있는 꽃들처럼 정겹습니다. 그 어느 것에도 비길 수 없는 참으로 소중한 하느님의 축복이며 은혜인 것입니다. 이런 성가정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상상만 해도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96년 ‘세계 평화의 날’에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린이들은 그들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곳은 가정입니다. 가정 안에서 어린이들은, 하느님께서 커다란 하나의 가정을 이루도록 부름 받은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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