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바람 "
왼 종일
바람이 붑니다
밭두둑에 비닐을 씌우려는데
훼방 같은 바람은 제 마음을 모르지요
가깝고 먼
소통 부재는 배려조차 고통입니다
당간은 먼 산위로 고개 들고
깃발은 바람 속을 끝없이 질주합니다
우리는 삼대가 한 지붕아래 살던 적 있었는데
새싹은 돋을 적부터
거리랑 질서를 배우며 경쟁합니다
형제자매가 와글와글
북적북적
효와 질서를 배우고
공경이랑 배려를 배웠습니다
어울리고 모를 세우다
더러더러 긁히기도 하고
더 가지려는 욕심으로 미움도 사고
되는 일
안 되는 일도 배웠지요
후견인을 믿고 떼를 쓰다가
껍질이 두꺼워지고
마음이 굳어지면서
소통부재는
사랑도 고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제는 그렇습니다
배려는 언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침묵으로도 가능합니다
바람을 지고 가는 발걸음
가볍고 즐겁습니다
당간의 깃발은
그냥
바람에 펄럭일 뿐입니다
/ 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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