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십대 때 주말이면 대모님 (후에 세례 받을 때 대모님이 되어주신 분)을 따라 성당에 가곤 했습니다. 우리의 약속장소는 언제나 성당사무실 앞 넓은 공간이나 성당 앞 벤치였습니다. 자판기에서 율무차 한 잔씩 뽑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낙엽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웃는다는 나이,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는지 하하 호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고 일어나 분식 집으로 향합니다. 학생신분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충분히 먹지는 못해도 번번이 떡볶이 먹는 재미에 이끌려 성당에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성당에 함께 다니는 횟수는 늘어갔고, 교리를 들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저는 세례를 받은 후 대모님과 함께 청년 레지오 마리애 활동을 열심히 하며 신앙생활을 키워갔습니다. 세례 때의 벅차올랐던 감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모든 걱정 근심,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신앙생활하면서 나태해지거나 건조해지면 세례 때의 첫 마음을 떠올리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세례성사의 신비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니코데모는 심오한 말씀을 알아듣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비유를 들어 쉽게 설명해 주십니다.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은 심오합니다. 성령께 마음을 열지 않으면 하느님 말씀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령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성령께 자신을 열 때만 하느님의 생명으로 태어나고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복순 수녀(그리스도의성혈흠숭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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