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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3 조회수1,010 추천수1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5월 3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축일
 

 
 If you ask anything of me in my name, I will do it.
(Jn.14,14)
 
 
제1독서 사도행전 15,1-8
복음 요한 14,6-14
 
언젠가 어떤 피정의 집에서 1박 2일 동안 피정 지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묵는 숙소는 다른 피정자들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자그마한 방이었지요. 그런데 이 방에서 저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이 방을 구성하고 있는 물건들을 나열하여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작은 침대 하나, 옷 두어 벌 걸리면 꽉 찰 것만 같은 아주 작은 옷장, 책 한 권 펼쳐 놓으면 아무것도 올려놓을 수 없는 아주 작은 책상, 그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스탠드.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만을 가지고도 저는 1박 2일을 잘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데, 왜 나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돌아가면 곧바로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하게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었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며 또한 이것이 있어야 편하게 살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들 없이는 불편할 것 같다는 지례짐작의 마음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주님께 철저하게 의지하기 보다는 세상의 것들에 의지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님을 굳게 믿는다면 쓸데없는 욕심을 갖지 않을 텐데, 아직도 주님 앞에 나아가기가 새까맣게 멀었음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필립보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 주겠다.”

엄청난 약속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기만 하면 다 들어주신다는 약속.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약속을 하신 주님을 믿기 보다는 저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적이고 세속인 것들에 더 굳은 믿음을 가지려고 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생각해보면 주님께서 약속을 어겼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내 기준으로 주님을 판단했으며 그 판단에서 어긋난다고 주님께 불평불만을 던졌던 것이지, 결코 주님께서 당신의 약속에 불충한 모습을 보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탈무드를 보면, “다리 하나 잃으면 두 다리 다 잃지 않은 것에 감사하고, 두 다리를 다 잃는다면 목이 성한 것을 감사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주님께 대한 두터운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이렇게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절망은 자리 잡을 수가 없으며, 대신 행복이 함께 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가였던 패트릭 헨리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자녀에게 다 양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 더 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을 믿는 신앙입니다. 왜냐하면 신앙만 가지면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되고 신앙이 없으면 부자도 가난해지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들은 이 믿음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었을까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욕심으로 인해 주님께 대한 믿음이 오히려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리석은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현명한 사람은 과거를 추억한다(김희문).




침대

전혀 잔 흔적이 없는 저의 침대

제 침대가 무척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까? 평소에 제가 이야기하던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다른 침대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침대에 3일째 눕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강의가 있었거든요. 따라서 전날 밤 늦게까지 강의 준비하다가 피곤해서 의자에 누워 잠을 자거나, 차가운 방바닥에 그냥 쓰러져서 잠을 잔 것입니다.

침대에 눕지도 못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에 피곤하다 보니 며칠을 계속해서 아무데나 잠이 든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일을 많이 했다는 증거이니까요. 그렇게 피곤할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은, 또 그만큼 이 세상에서 할 일이 있고 내가 필요하다는 증거이니 기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피곤하다고 불평불만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피곤함도 축복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Reflections Of Pa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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