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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4 조회수463 추천수5 반대(0) 신고
세상을 사랑하신 나머지 (요한 3, 16-21)
-유 광수신부-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아들을 통하여 구원받게 하시기 위해 외아들을 보내주셨다고 하셨다. 하느님의 뜻은 이 세상을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원하시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인가? 얼마나 감격스런 말씀인가? 단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원하기 위해서 외아들을 보내셨고 그를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이것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으며 감사드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선물이다. 우리가 무엇을 해서 단 일분이라도 죽어 가는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겠는가? 오늘도 병원에 가면 죽어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어디 그뿐이랴 살아날 아무런 가능성이 없는 말기 암 환자들을 보라. 그저 죽음이 다가 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이 슬픔과 절망 속에 침상을 지키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의 모습을 보라.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이 아니라 몇 년만이라도 생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돈이 문제이겠는가? 모든 재산을 다 팔아서라도 그 약을 구해서 생명을 연장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을 믿기만 하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하겠다는 이 엄청난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 사람들은 전혀 놀라지도 감사하지도 않는다. 참으로 놀랄 일이다.

아무튼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 때문에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갈라진다. 즉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믿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고 믿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단순히 믿고 안 믿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다. 즉
믿는 사람은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고 믿지 않는 이는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둘 다 똑같이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믿는 사람은 자기의 모든 에너지를 진리를 실천하는데 사용하는 사람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자기의 에너지를 악을 행하는데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 결과 믿는 이는 점 점 더 빛으로 나아가고, 믿지 않는 이는 빛으로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어둠으로 간다.
내가 믿는 사람인가 아닌가는 단순히 말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서 드러난다. 즉 나의 삶이 나날이 빛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어둠으로 가고 있는가? 를 보면 내가 믿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구분할 수 있다.

믿는 사람은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진리란 무엇인가?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요한 17,17)라고 했다. 즉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말씀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믿는 사람으로서 진리를 실천하려면 말씀을 알아야 하고 늘 말씀을 자기 품 속에 품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말씀을 따라 살 수 있다. 시편 작가는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 나의 길을 비추는 빛이오이다."(시편 118, 105)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따라서 믿는 이는 즉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매일 매일 "말씀 내리시는 대로 저는 받아 삼켰습니다. 만군의 야훼 하느님, 이 몸을 주님의 것이라 불러 주셨기에 주님의 말씀이 그리 기쁘고 마음에 흐뭇하기만 했습니다."(예레 15,16)라고 했듯이 말씀을 먹어야 한다.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에서 빛이 발산되어야 한다. 만나는 사람에게 빛으로 다가가고 따뜻한 빛이 들어가게 해야 한다. 빛을 발산하는 사람에게는 추운 사람들이, 외로운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헤메이는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빛을 쪼이기 위해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 희망을 얻기 위해서, 기쁨을 되찾기 위해서 모여들 것이다. 그래서 만나고 나면 깨달음을 얻게 되고, 따듯함을 느끼고 돌아가게 되고, 마음에 평화를 얻고 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점 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반대로 악을 저지르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왔던 사람마저 하나 둘 그 사람 곁을 떠나 갈 것이다. 그리고 만나자고 해도 잘 만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만나고 돌아서면 또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인데 하고 후회하고 돌아서게 될 것이다. 왜 그런가?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즉 악을 저지르는 사람과 만나고 나면 악의 흔적이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상했다든지, 기분이 나쁘다든지, 더 큰 실망을 갖게 된다든지, 아니면 더 어둠 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든지 될 것이다.
믿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악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직접적으로 악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빛을 주지 못한다면 즉 빛으로 나아가게 도와 주지 못한다면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믿지 않는 사람이요, 악을 저지르는 사람이다. 시간을 낭비하고, 힘을 낭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믿는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든지 나를 만나는 사람이 빛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을 단죄하려 오시지 않고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일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복음 묵상 나누기를 하는 그룹이 있다. 그 자리에서 어느 자매가 "지금까지 자기가 살아 온 삶을 돌아보니까 헛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복음을 묵상하면서 자기의 신앙생활이 전혀 복음과 일치하지 않는 아주 복음과는 먼 생활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너무나 큰 죄를 지었노라고 하면서 지금 남편이 살아 있으면 진정으로 용서를 청하고 싶다면서 울먹였다.

믿는 사람이라는 것은 단지 말로만 믿는 사림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구체적이고 발전적이며 그리고 나를 성숙하게 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그것은 진리를 실천하면서 빛으로 나아가는 생활이어야 한다. 우리가 그 동안 진리를 실천하면서 생활한 믿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빛으로 다가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성장했어야 한다. 믿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진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신앙생활, 빛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신앙생활이었다면 결국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늘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믿는 사람으로서 진리를 실천함으로써 나의 행실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야 한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는 이 놀라운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도록 우리가 빛을 비추어 주어야 한다. 나의 삶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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