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땅에 속한 사람 - 송영진 모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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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05 | 조회수567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부활 제2주간 목요일>(2011. 5. 5. 목)(요한 3,31-36)
<땅에 속한 사람>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는데,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요한 3,31)." 낙타와 바늘구멍의 비유에 등장하는 부자가 생각납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를 희망했지만 재산이 너무 많아서 예수님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퍼하면서 떠납니다. 재산이 많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재산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바로 그 애착이 그가 '땅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위'로 올라가기를 바란다면 '땅'에 연결되어 있는 줄을 끊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열기구를 하늘에 띄울 때와 같습니다. 재산이 많다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닙니다. 또 재산에 대한 애착도 죄는 아닙니다. (탐욕과 이기심은 죄가 되지만.)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더 높은 단계로 갈 수 없으니 그건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르 10,21)."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네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라고 하신 것이 아니라,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라고 하십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바로 애착을 끊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에게 주라고 하신 것은 그 애착을 끊는 방법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모든 신앙인에게 그런 요구를 하신 것은 아닙니다. 열두 사도는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섰지만,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도 재산을 버리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재산에 대한 애착은 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산뿐만 아니라 사람, 물건, 추억, 명예, 자존심 등... 모든 애착이 다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애착이 심해지면 집착이 되고 병이 됩니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계속 가지고 있으려고 하는 그 마음이 인생의 짐을 점점 더 무겁게 할 수 있습니다. 6.25 전쟁 1.4 후퇴 때 가지고 있는 커다란 짐 보따리를 포기하지 못해서 남쪽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지 못한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보따리를 버리고 홀가분한 몸이 된다면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힘들게 보따리를 이고 지고 끌어안고서 허둥대다가 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보따리를 버리면 피난 가서 어떻게 먹고산단 말인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보따리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하고 사지에 남는 것보다는 보따리를 버리고 피난을 가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자,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늘나라로 가기 위한 여행 필수품은 무엇일까? 며칠 후에 돌아오는 간단한 여행도 이것저것 준비하고 챙기고 점검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사실 여행 가방 준비하는 것도 기술과 요령이 필요한 법입니다.) 그런데 하늘나라로 가는 여행은 가서 아주 안 돌아오는 여행입니다. 그 여행을 위해서 꼭 챙겨야 할 필수 휴대 품목은? 저금통장을 챙겨갈 필요가 있습니까? 집문서, 땅문서, 자동차 등록증 같은 것이 필요합니까? 무슨 학위증, 상장, 감사패, 그런 것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런 것들이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데에는 필요 없어도 그 문 앞까지 가는 동안에는 필요하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인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긴 하니까... 그런데 그게...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오늘밤 당장 하느님의 호출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 말하자면 신앙생활이란 군대의 비상대기조 같은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비상이 발령되더라도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전투 준비를 완전히 갖춘 채로 생활하는 군인들과 같은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르 13,33)." 교회 격언 하나가 생각납니다. "영원히 머물 것처럼 일하되, 즉시 떠날 것처럼 준비하고 있어라." 이 격언은 일차적으로는 사목자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모든 신앙인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인생이란 어차피 시한부입니다. 더욱이 그 시한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영원히 살 것처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매사를 미적거리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 송영진 모세 신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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