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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부활 제3주일, 2011년 5월 8일)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6 조회수400 추천수6 반대(0) 신고

부활 제3주일, 2011년 5월 8일

  루가 24, 13-35.

  루가복음서를 기록한 공동체는 전례와 기도를 중요시합니다. 이 복음서는 성전에서 “백성이 모두 기도하고 있는 가운데”(1,10) 즈카리아가 성소에서 분향하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제자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늘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지냈다.”(24,53)는 말로써 끝납니다. 복음서의 시작과 말미에 기도의 이야기를 실은 것입니다. 이 복음서는 예수님도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23,46)라고 기도하면서 당신의 생애를 끝내신 것으로 보도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초기 신앙공동체가 거행하던 성찬, 곧 오늘의 미사를 그 틀로 삼아, 예수님이 발현하신 이야기를 합니다. 오늘의 복음에는 말씀의 전례에 해당하는 부분과 성찬 전례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고 사흘째 되는 날, 제자 두 사람이 엠마오라는 곳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복음서는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클레오파라고 말할 뿐, 그들이 누구인지는 전혀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예수님이 그들에게 합류하여 함께 가고 계십니다. 제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서와 모든 예언서를 비롯하여 성서 전체에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그들에게 설명해 주십니다. 이것은 우리의 미사 중 말씀의 전례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다시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들과 나눈 만찬을 기념하여 함께 성찬을 거행합니다. 그 성찬 중 그들은 예수님이 살아 계실 때, 하신 말씀과 일들을 회상하고, 그 의미를 그들의 성서 곧 오늘의 구약성서에 비추어 이해하고, 토론하였습니다. 그들은 부활하여 영으로 살아 계신 예수님이 그들의 그런 노력 안에 함께 계시면서 ‘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서’를 바탕으로 당신에 관해 깨닫게 해 주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오늘 복음의 말씀은 부활 후 영으로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이 그들에게 깨닫게 해주신 바를 요약합니다. 초기 신앙공동체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런 양식으로 그들과 함께 살아계신다고 믿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두 제자는 집안에 들어가서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았습니다. 복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셨고,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이것은 우리의 미사 중 성찬 전례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은 빵인 성체 안에 계시지만, 사람들이 육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양식으로는 계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기억하여 행하는 우리의 성찬 안에 보이지 않는 양식으로 그분은 이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나누는 성찬은 우리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알아보는 장소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런 양식으로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믿고 있는 초기 신앙공동체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모여서 함께 듣고 나누는 말씀 안에 또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찬 안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살아 계신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계시고 또 영으로 우리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믿는 신앙입니다. 오늘의 제자들은 예수의 무덤이 비어 있더라고 말합니다. 죽음에서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얼마나 비참하게, 또 어떤 고통 중에 돌아가셨는지를 알아들어서 그리스도 신앙인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제자는 말합니다. 빈 무덤에서 ‘천사들이 나타나 그분은 살아 계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 예수께서 살아 계실 때 하시던 말씀과 실천에서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부활하신 분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다음, 그분이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시다고 믿은 사람은 예수님의 삶과 실천이 하느님의 것이었다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같은 삶을 살고, 같은 실천을 하여 그들 안에 예수님이 살아 계시게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말씀으로 신앙 공동체 안에 살아 계시고, 우리의 삶과 실천 안에 또한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십니다. 성찬은 이 함께 계심을 실현하는 성사입니다.

 

오늘 복음의 두 제자는 낙담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야말로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실 분이라고 희망을 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이미 처형을 당하셨고, 더구나 그 일이 있은지도 벌써 사흘째나 됩니다.’ 제자들이 예수에 대해, 또 구원에 대해 걸었던 희망은 처참한 절망으로 끝났습니다. 우리에게도 절망으로 끝나는 희망은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재물과 권력에 희망을 두기도 하고, 우리의 건강에 희망을 두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축복하시면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희망하기도 합니다.

  재물도, 권력도, 건강도 모두 좋은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그만큼 하느님에게 감사드리고, 그것이 은혜롭게 보이는 그만큼 그것을 활용하여 우리의 삶이 이웃에게 은혜로우면, 그것들은 좋은 것이고 구원입니다. 예수님은 빌라도 앞에서 “나는 진리를 증언하러 왔다.”(요한 18,37)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진리는 예수님에게 재물을 주고, 권력을 주고, 건강을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증언하신 진리는 “당신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는 것”(13,1)이었고,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고난을 겪어서 하느님의 일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영광을 차지하기 전에 그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의 입을 빌려 오늘 복음은 그분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선포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 안에 ‘끝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이 나타납니다. 그 사랑은 나 한 사람 잘 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닙니다. 나 한 사람이 힘들고, 고통을 겪어서 나의 주변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자기 주변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알아듣는 진리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가 귀기우려 듣고 나누는 복음의 말씀 안에 또 우리가 예수님의 몸이라고 받아모시는 빵 안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살아 계십니다. 그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진리를 증언하고, 그 진리가 우리 안에 살아 있게 하십니다. 예수님이 살아생전에 실천하신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안에 예수님은 살아 계십니다. 부활은 죽었던 생명이 환생한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부활은 예수님 한 분 안에 있었던 하느님의 진리가 우리의 삶 안에 확산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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