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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마음은 비웠어도 눈물이 나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6 조회수56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마음은 비웠어도 눈물은 나네.
                                                                                이순의
 
 
 
 
 
 
 
 
 
이렇게 여러 개의 십자가를 신부님 손수 만드시는 모습을 목격했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이런 모습의 신부님께 감사 하기도 했고
산골에서 미처 십자가를 마련하지 못했을 때
그냥 막대기 묶어서 세워놓고 스스로 축성해 모시던 기억도 났고
어린 아이처럼 마냥 좋았다.
그래서 십자가 만드시는 신부님께 방해가 되든지 말든지
만저보고
만저보고 만저보고!
<아이 거 때 묻어요.>
신부님의 한 말씀에 대꾸도 했다.
<더 많이 만져서 때가 많이 묻어야 사포질을 열심히 하시죠.>
그리고 그 십자가는 완성이 되었다.
 
미사 후에 공지사항도 선포되었다.
<성주간이 지나고 나면 열심히 하신 분들께 나누어 드릴 것입니다.>
그 공지 사항으로 마음이 설래었다.
나도 갖고 싶었으니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퇴비를 받으러 산골에 가야 했다.
그것도 여러 번 가서 받고, 또 받고, 뿌리고
또 다른 일들이 반복하여 생기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안에 초상이 나서 또 한 주간이 홀라당 날아가고
또 그에 따른 후일들이 줄을 이어서
무엇이 그렇게도 일이 많았던지!
 
 
 
 
 
 
 
그래도 바다 가운데 섬에 가서는
매일 밤마다 미사 전에 하는 십자가의 길도 참례하였다.
고단한 일상으로 버거우련만
섬마을의 교우들은 여전히 변함 없이
저녁마다 봉고차를 타고 성당으로 성당으로 모여들었고
작년처럼 올 해도 미사 전 십자가의 길은 봉헌되고 있었다.
남도 특유의 온기로 늘 초록이 머문 섬 사람들은 한 겨울에도 들에서 일을 한다.
더구나 일찍 당도한 봄 때문에 못자리며 고추모 심는 일정이 성주간과 겹쳐
본당 신부님은
성주간 전례연습에 차질이 생겨서 아우성이셨고!
다음 날에는
이런 고단함 속에서 쉬지도 않고 성당에 오시는 교우들께
투정부린 사과를 가슴저미게 토하시고 계셨다.
그런 신부님의 모습이 또 시리게 다가왔고
생활도 해야하고
십자가의길도 걸어야 하고
부활도 맞아야 하는 교우들은 그런 신부님께 죄송해하시고
그 모습이 또 안스러웠다.
 
그래도 우리가 합하여 일치하는 것은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나라는!
서울 본당으로 해서
대관령으로 해서
남도 섬 끝까지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주님의 십자가의 길에 동행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체험하고
돌아와!
 
<신부님 저도 저 십자가 주세요.>
요청을 하였다.
<다들 갖고 싶어해요. 누구는 주고 안주고 할 수 없으니 정해진 약속대로 해요.>
신부님의 말씀은 늘 옳다.
 
그래서 마음을 비웠다.
1년 중에 겨울만 다니는 본당!
어느 단체 봉사도 하지 않는 교우!
봄에 익히고 간 얼굴을 가을에는 잊고 돌아와
늘 낯설은 타인!
그게 나다.
그뿐만 아니라
본당 공동체 안에는 수 없이 많은 은인과 협력자들이 있고
나는 그 공로를 감히 넘볼 수도 없다.
그런데 그런분들에게 주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십자가의 길에서 열심히 기도한 사람에게 주신다는 약속!
그것이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결심도 했었다.
<신부님, 저는 안주셔도 되요. 그냥 사진으로 만족 할께요. >
이런 결심을 혼자서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오늘!
미사 후에!
사무실에 가서 십자가의 안부를 여쭈었다.
내일 산골로 가야해서다.
이제 가면 가을까지 간혹 올 수도 있다지만
그래도 본당과는 떨저져 지내야하는!
비웠다는 마음 한 편에 사심이라는 찌꺼기가 남았었나보다.
그러니 그 십자가의 안부가 궁금했을 것이고,
그런데.......
이미 다
제 짝을 찾아서 떠났다는!
 
 
 
그런데 왜 눈물이 나려하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
그 작은 십자가 때문에 막 눈물이 났다.
잠을 자던 짝꿍이 놀라서 잠까지 깨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대답은 단순했다.
<신부님이 그 십자가 나는 안주셨어.>
그리고 엉엉 울어버렸다.
나이들면서 철이 없어지는지?
<자네가 지금 유치원생인가?>
짝꿍한테 야단만 맞았다.
<그래도 나는 슬프단 말이야. 그래도 나는 눈물이 난단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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