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과 함께 만나는 사람
예수님께서는 분명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이 잘못되거나, 진리가 강탈당하거
나, 무죄한 사람들이 고통당하거나, 악이 승리하거나, 굶주린 사람들이 굶주린
채로 남아 있거나 노예들이 노예로 있는 것을 만족스러워할 리 없으셨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분께서는 역사의 한 모퉁이를, 정확히 말해
사람의 아들로서 지나가십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죽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죽은 대로 있을 것
이고 무죄한 사람들이 압박을 당하고 굶주린 사람들이 굶주림을 겪는 일이 계
속될 것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거나 굶주렸다가 굶주림에서 벗어나
게 된다면, 그것은 다만 메시아 시대가 다가왔으며 새 모세이신 예수님께서 그
들과 함께 계셨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에게 어떤 하나의 표징을 주
기 위해서일 뿐, 현실을 바꾸거나 인간 생활에서 노동의 수고와 죽어야 하는
고통을 제거하기 위한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그분을 인간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나 병원을 텅텅 비
게 해줄 치유자로 만들고자 한 사람은 놀라움과 더불어 실망했습니다.
그분에게서 일상사의 톱니바퀴에 기적을 이끌어 들여 자연법의 테두리를 벗
어나 매일매일의 수고를 극복할 수 있는 화려한 승리를 쟁취하는 정치적 사명
을 기대했던 사람은 실망하여 그분을 저버렸습니다.
종교와 메시아를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이용하고자 했던 정치 권력자들은 그
분을 저버렸습니다.
더 이상 박해받기를 원치 않은 핍박받은 사람들과 자기들을 고생시킨 사람에
게 복수하려고 마음 먹었던 고통받는 사람들은 그분을 저버렸습니다.
그분과 함께 남은 사람들은 가난하기를 받아들였던 가난한 사람들, 박해하기
를 원치 않았던 박해받는 사람들, 눈물의 이유를 이해하고 눈물 속에서 그리스
도의 신비와 그분이 예언하신 천상복락의 새로움을 직관했던 우는 사람들이었
습니다.
카를로 카레토 / 보이지 않는 춤 / 성바오로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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