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월 8일 부활 제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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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08 | 조회수746 | 추천수14 | 반대(0) 신고 |
5월 8일 부활 제3주일-루카 24장 13-35절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희망>
오늘 우리 현대인들에게 주어지는 큰 과제가 하나 있습니다. 하느님 부재 체험에서 임재 체험에로의 전환 작업입니다.
갑작스럽게 인류에게 다가오는 대재앙 앞에서 사람들은 즉시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요. “과연 하느님은 계시기나 한 것인가?” “하느님이 사랑의 하느님이시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묵과하시는가?”
일종의 하느님 부재 체험입니다. 각자가 겪은 수용하기 힘든 큰 상실감, 용납 안 되는 비참함, 뜻하지 않은 큰 질병, 난 데 없이 다가온 억울함 앞에 우리는 강한 하느님 부재를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엠마오로 가는 길의 제자들 역시 강한 하느님 부재 체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토록 열렬히 추종하던 주님이었는데, 삶의 모든 것을 바쳐 따르던 주님이었는데, 그분께서 그리도 맥없이 죽음을 당하시고,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레 방향키를 쥐고 있던 선장을 잃는 배처럼 허둥대며 절망 속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느님 부재 체험이라기보다는 하느님에 대한 무지 체험입니다.
그런 의문 제기는 아직 하느님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부재라기보다는 바닥 체험입니다.
스승님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스승님과 관련된 모든 것은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분과의 인연도 정리해야 될 순간이라고 여겼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끝났다고 생각했던 그분과의 인연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다시 연결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제자들은 전보다 더 깊은 결속력으로, 더 밀도 깊은 사랑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큰 산불로 인해 모든 것이 다 타버렸다고, 그래서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잿더미 사이에서 피어오른 한 송이 노란 풀꽃에서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을 봅니다.
마찬가지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더 이상 단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여겨지지만, 막상 그 끝에 서면 또 다른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절실한 희망은 우리가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 너무나도 높은 벽 앞에 섰을 때,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여겨질 때, 하느님이 어디 계시냐고 외치며 몸부림칠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참된 희망은 우리가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낡은 삶의 방식이 틀렸음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 새롭게 시작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참된 희망이 아닙니다. 진정한 희망은 사랑의 통한 희망이며,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적인 갈망입니다.
참된 희망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지는 순간,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계속되는 희망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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