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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1-05-08
조회수
821
추천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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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5월 8일 부활 제3주일
He took bread, said the blessing,
broke it, and gave it to them.
With that their eyes were opened and they recognized him,
(Lk.3.30-31)
제1독서 사도행전 2,14.22ㄴ-33
제2독서 1베드로 1,17-21
복음 루카 24,13-35
몇 년 전 추운 겨울 날, 중고생 학생들과 동해안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가 보이자 학생들은 너무나도 좋아하며 바다로 막 뛰어가더군요. 그리고 잠시 뒤, 몇몇 학생들이 바다에 빠졌습니다. 서로 밀어서 바닷물에 옷이 젖게끔 만들고, 또 한 학생은 아이들의 장난으로 완전히 바다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바다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특히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닫혔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가면 괜히 발도 담그면서 그 바다를 느끼려고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다 속에 빠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혹시 학생들이 나도 빠뜨리지 않을까? 겨울에 춥지는 않을까? 감기 걸리지는 않을까? 옷이 젖으면 찝찝하겠지? 옷은 언제 말리지? 씻을 곳이 있을까?’ 등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으로 좋아하는 바다를 멀리서만 바라볼 뿐 결국은 바다에 발을 담그지도, 또한 바다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저처럼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바다다!!”를 외치면서 바다로 뛰어갔고, 그 추운 겨울에도 바다에 빠지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바다를 느끼고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다로 뛰어 들어 가야했습니다. 이에 반해 저는 여러 복잡한 생각으로 근처에 가지도 못한 것이지요.
주님 앞에 나아가는 것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생각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즉, 많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형식적인 전례가 싫어서,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러한 이유들을 머릿속에 안고 있으면 절대로 주님을 체험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여 나타나신 예수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함께 걸어가는데도 예수님을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그들이 존경했던 예수님이었고, 그래서 오랫동안 예수님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은 왜 일까요? 바로 앞서 말씀드렸듯이 생각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복잡한 생각들로 인해 주님이 바로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들은 예수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서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나누어주는 순간에서야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었다고 성경은 말해줍니다. 그들은 예수님과의 오랜 대화, 그리고 사랑의 성찬례를 통해서 복잡한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비로소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복잡한 생각을 늘 안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요? 또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주님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무조건 주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참된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이다(한비자).
주님이 선명하게 보입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활하신 예수님
어제는 부평1동 성당에 모임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뒤에 사제관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유리 안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표현한 장식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무덤을 박차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나타내기 위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으로 좋더군요. 그래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수님 부분을 선명하게 그리고 배경은 날려 버리도록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이 사진을 보는데, 문득 이 사진처럼 주님을 선명하게... 그리고 주님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주변의 유혹들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유혹은 선명하게 보이고, 주님은 흐릿하게 보였던 것은 아닐까요?
내가 찍어야 하는 대상이 선명하게 나와야 잘 찍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라면? 즉, 주변은 선명한데, 내가 찍어야 할 대상은 흐릿하다면? 그냥 버려야 할 아무 쓸모없는 사진일 것입니다.
주님과도 이렇지 않을까요? 주님이 선명하게 내 마음에 드러나야지, 주님이 아닌 다른 것들이 선명하게 내 마음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아무 쓸모없는 내가 될 수 있으니까요.
주님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노력하는 오늘 하루 만드시길 바랍니다.
Scent of a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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