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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9 조회수1,053 추천수18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1년 5월 9일 부활 제3주간 월요일
 

 
Do not work for food that perishes
but for the food that endures for eternal life,
(Jn.6.27) 
 
 
 
제1독서 사도행전 6,8-15
복음 요한 6,22-29
 
저는 사순시기와 대림시기만 되면 무척이나 바쁜 시기를 보냅니다. 왜냐하면 이곳저곳에서 특강과 피정지도를 부탁하거든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꽤 많은 시간 동안 특강이나 피정지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강의를 하고 여러 곳에서 피정지도를 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고, 또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제 어느 성당으로 성소후원회 모집을 위한 미사를 갔다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본당에는 성소후원회 숫자가 너무 적어서 저는 많은 인원을 성소후원으로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최소한 100명. 조금 많으면 200명 정도를 생각하면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그리고 9시 미사 후 사람들이 얼마나 가입했는지를 물으니 딱 3명했다고 합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11시 미사 때에는 더 열심히 성소후원의 필요성과 성소계발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것을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11시 미사 후, 단 10명만이 새롭게 가입했을 뿐이었습니다.

특강으로 텔레비전 방송 출연도 했었고, 종종 인기 강사라는 호칭을 듣는 저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호칭이나 경력에 비해 이번에 아주 초라한 결과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라보면서 기분이 좋을 수가 없더군요.

집에 돌아 와 성당에서 묵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만했었구나, 결과에만 연연하고 있구나,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바라보며 섣부른 판단을 하고 있구나……. 등등 저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즉,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에 온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주님의 말씀과 뜻을 따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눈앞의 어떤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패처럼 보이는 그 순간 역시 주님의 뜻이라면 언젠가는 성공의 모습으로 제 앞에 드러날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찌감치 판단하고 포기하는 어리석음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교만하고 욕심 많은 제 자신을 반성하면서, 다시금 주님의 말씀과 뜻에 집중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여 봅니다. 이를 위해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시지요. 즉, 믿음에 뿌리가 되어야 어떤 순간에서도 하느님의 일을 발견하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스스로를 생각해봅시다. 얼마나 주님께 대한 믿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그래서 주님의 일을 하는데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러한 반성과 시행착오를 통해 주님 앞에 한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일이 즐거움일 때 인생은 즐겁다. 일이 의무일 때는 인생은 예속된다(막심 고리키).



 

골목길


칼집 골목

고등학교 때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습니다. 일명 ‘칼집’이라는 곳이 즐비하게 있었던 동인천의 골목입니다(여기서 ‘칼’이란 ‘Knife’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칼국수’의 ‘칼’이랍니다). 칼국수 집이 가득했던 골목. 우선은 칼국수 가격이 무척이나 저렴했고, 또한 그 양이 참 많았습니다. 칼국수 위에 뿌려주는 튀김가루 역시 잊지 못할 맛입니다. 하지만 더욱 더 사람들이 이 골목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디오였습니다. 이곳에서는 당시에 상영하는 영화를 화질 나쁜 비디오로 틀어줬거든요. 따라서 싼 가격에 칼국수 하나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영화를 보았던 곳이 바로 이곳 칼집 골목이었습니다.

그때가 떠올라서 이 골목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그렇게 많던 가게는 지금 현재 딱 두 군데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던 골목은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아주 한적한 골목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 골목이 지금처럼 되리라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이 골목은 영원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명소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과는 달리 이제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아주 으슥한 골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변해버리는 세상을 보면서, 미래는 우리의 시간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진 시간으로, 우리에게는 지금이라는 이 현재에 얼마나 충실한가 그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라는 시간만이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마십시오. 단지 우리에게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부르심만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Lake Mist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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