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쁜 여자아이 이야기.
작성자김창훈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09 조회수526 추천수6 반대(0) 신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우리학교는 핸드볼로 유명했습니다.
이 날은 토요일 우리학교와 다른 초등학교와의 핸드볼시합이 있는 날이라고 해서
모두 응원간 다고 학교수업도 일찍 끝났습니다. 동네 주민들도 응원간 다며 트럭짐칸에
학생들을 태워줬습니다 저와 친구 한명이 차를 타지 못했습니다. 할 수 없이
35km 정도 비포장 길을 둘이서 함께 마라톤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달렸고 논길 옆 흐르는 물을 마셔가면서 도착해 보니 경기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저의학교가 지고 말았습니다. 기분도 안 좋은데 벌써 해는 서산으로 기울기시작해서
집으로 돌아갈 일이 막막했습니다. 사람들 아이들 모두 차에 타고 트럭에타고 분주한데
결국 친구와 둘이서 왔던 길로 마라톤해서 가기로 했습니다.
그 때 운동장 끝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친구고모였습니다
하루 밤 자고 내일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저는 집에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가려는데 운동장 철봉대 옆에서 얼굴이 뽀얀 예쁜 여자아이가 보였습니다.
너무 예뻐서 홀딱 반해 버렸습니다. 나는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그 아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산넘어로 넘어갈 빨간 저녁햇볕이 내 얼굴을 비춰서
예쁜 아이가 보였다가 안보였다가 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아이가 성큼 다가오드니
얘! 너 이 학교 다니니? 아니! 저 산 넘어 학교야 나는 서울에서 왔어!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주면서 이것 먹어봐! 하고 주는 것입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과자였습니다.
여자아이는 집에 간다면서 손을 흔들고는 내일 언덕위에 성당 갔다가 서울 집으로 갈 거야
하고는 사라집니다. 한참을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조용했습니다.
순간 깜짝 놀라서 집으로 돌아갈 일이 가마득했습니다. 도로를 달려가면 35km이고
산으로 가자니 무서운 공동묘지를 지나서 산을 3개나 넘어야 하는데 결정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산으로 가기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산길로 가면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한참을 달리니 어둠이 다가와 산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입니다
그 때는 산이라고 하지만 나무들이 키가 작아서 들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주위에는 고요하고 공동묘지를 지날 무렵에는 무서움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길 앞쪽에 까맣게 생긴 처음 보는 이상하게 생긴 큰 돌이 길 가운데 버티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 보고는 발로 뚝 차려는 순간 푸드덕하면서 날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큰 부엉이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뒷걸음치다가 순간 절벽으로 미끄러지고 굴려고
물이무릎까지 올라온 냇가에 처박히고 말았습니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절벽을 간신이 올라왔어 는 무서운 묘지지만 아무생각 없이 어느 묘지에 기대고 앉았습니다.
젖은 옷을 꽉 짜고 털어서 입고 여름이지만 약간 추웠습니다.
묘지 잔디에 누우니 따뜻했습니다.
 
잠시 밤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시골서 살았지만 밤하늘에 그렇게 많은 별은 처음 봤습니다.
그 때는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별들이 밤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두칠성은 책에서 배워서 어디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풀벌레소리에 반짝이는 별빛에 넋을 놓고 있는데
갑자기 또 무엇인가 내 주위에서 서성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벌떡일어나 주위를 살펴보니
어둠속으로 개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개에게 오라고 불러봤습니다 그런데 개치고는 뭔가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어르릉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임마가 미쳤나! 어디서 어러렁이야 하면서 돌을 힘껏 던졌습니다.
그 개는 정통으로 맞고 깽 그리면서 도망갔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개가 아니라 늑대라고 생각됩니다.
 
출발하기 전 돌을 주워서 호주머니와 손에 각각 쥐고 나쁜 개들이 나타나면 던질 준비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밤은 깊어지고 빨리 걸어가면 뒤에서 누군가가 꼭 따라 올 것 같아서
천천히 뒤를 보면서 걸었습니다. 깜깜한 산길에서 몆번을 넘어지고 학교 운동장에서 본
예쁜 여자아이가 생각나고 무서운 생각나고 별 생각을 다하면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서는 내가 어디서 어떤어려움이 있었는지를 모릅니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오징어 두 마리 챙겼습니다.
서울 아이들은 오징어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어요.
예쁜 아이는 서울로 오늘쯤 돌아갈 거라고 했어 급하게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위에
땡그랑 그리는 성당이 있었는데 달려갔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성당 근처에서 어설랑 그렸는데
몇 번 왔어본 성당이지만 그날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대
그 서울 여자아이가 많은 사람들 틈에서 보였습니다. 너무 반갑고 좋았고 만나고 싶었는데
그런데 막상 예쁜 아이를 보자 담벼락 뒤쪽으로 숨어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 때 성당에서 키우는 개가 내 뒤쪽으로 와서는 오징어를 덮석물고 가버립니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 예쁜 여자아이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자가용을 타고
곧바로 떠나고 있었습니다. 차츰 멀어진 자가용을 바라보면서 그 순간 눈물이 나면서
얼마동안 쭈그리고 앉아서 울었습니다. 나도 서울에서 학교 다녔으면 좋겠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전학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예쁜 여자아이는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서 성당을 알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다니게 되었고
하느님 성당에서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성당에서 개만 만나면 내 오징어 돌려주라 하면서 웃어 봅니다.
진심어린 마음의 기도는 누구에게나 도와주시는 하느님이 계심을 또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성당으로 안내해준 예쁜 아이에게 감사와
죄인을 받아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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