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침묵상] 십자가 이야기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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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5-11 | 조회수660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거기서 주님은 각자에게 무게가 똑같은 십자가 하나씩을 내주시며, 당신은 이 길이 끝나는 곳에 가 있을 테니 그곳까지 십자가를 지고 오라고 지시한 다음 자취를 감추셨다. 첫번째 제자는 가볍게 십자가를 매고 가는 데 반해, 두 번째 제자는 지독히 힘들어하면서 뒤처져 따라왔다. 십자가를 걸머진 지 하루 만에 첫번째 제자는 길 끝에 당도하여 십자가를 스승에게 넘겨 드렸다. 주님은 첫번째 제자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들아, 아주 잘 했다." 도착한 제자는 십자가를 주님의 발밑에 내동댕이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저한테는 다른 제자보다 훨씬 더 무거운 십자가를 내주시다니요! 제가 이제사 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요!" 주님은 마음이 상한 채 슬픈 얼굴로 두 번째 제자를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그런데도 앞사람은 아주 쉽게 십자가를 옮겼는데, 유독 저만 십자가를 옮기느라 쩔쩔맸다 이 말씀입니까?" 주님이 그에게 타이르셨다. "십자가를 탓하지 말아라. 그 까닭은 십자가를 지고 오는 동안 줄곧 불평을 늘어놓은 너한테 있느니라. 네가 불평할 때마다 십자가의 무게는 늘어났던 거야. 앞에 온 제자는 십자가를 지고 있는 동안 사랑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 준거야.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옮길 수 있었던 거지." 사랑받는 자 마카리우스가 꿈을 꾸었는데, 그 꿈 속에서 주님이 더없이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었다. 이를 본 마카리우스는 주님께로 달려가서 십자가를 대신 져 드리겠노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님은 그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걸어가실 따름이었다. 마카리우스는 또다시 주님께로 달려가 간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주님은 그를 모른 체하시며 십자가를 양어깨로 무척 힘들게 걸쳐매고 묵묵히 걷기만 하셨다. 마카리우스는 가슴이 아프고 당혹스러웠지만, 그래도 끈기 있게 주님 곁을 따라붙으며 십자가를 넘겨 달라고 다시 한 번 애원했다. 그러자 이윽고 주님은 여전히 십자가를 양어깨에 둘러맨 채 발걸음을 멈추더니 마카리우스에게로 몸을 돌리셨다. 그러고는 마카리우스가 당신을 처음 목격했던 자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내 십자가를 져 주려고 하기 전에 네 십자가부터 져 나르려무나." 사랑받는 자 마카리우스는 뒤로 돌아 주님이 가리키신 지점으로 달려가 보았다. 거기에는 그의 십자가가 모래 바닥에 나둥그러져 있었다. 그는 얼른 그 십자가를 걸머지고 주님이 기다리시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와 보니 놀랍게도 주님의 어깨에 걸려 있던 십자가가 온데 간데 없었다. 마카리우스가 주님께 물었다. 주님은 빙긋이 웃으며 대꾸하셨다. "아들아, 한 사내가 죽어서 영혼이 연옥으로 끌려갔다. 천사가 이끄는 대로 들판으로 나가 보니 거대한 십자가 더미 하나가 나타났다.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내가 그대를 천당으로 데려가자면, 먼저 그대가 이 십자가들을 저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 모조리 옮겨 놓아야만 하오." 옮겨 놓아야 할 언덕도 까마득히 멀어 보였다. 게다가 십자가는 한 번에 하나씩밖에 옮길 수가 없으니 일을 끝내자면 오랜 세월이 걸릴 판이었다. 사내가 불만을 토로했다. "도무지 모르겠군요, 나는 지상에 있으면서 그런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고 질 십자가도 다 졌다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이 많은 십자가를 또 져야 한다니, 대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사실, 그대가 훌륭한 삶을 살았고 져야 할 십자가를 다 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 못할 거요. 하지만 선생, 이 십자가들은 그대가 지상에 있을 때 불만을 토로한 바로 그 십자가 들이오. 그대가 불만 속에 걸머진 십자가는 이곳 연옥으로 넘어와 그대가 죽은 후에 다시 한 번 걸머지도록 되어 있는 거라오." 거대한 십자가 더미에서 십자가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지상에 있을 때 이 모든 십자가를 불평하지 않고 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中 / 앤드류 마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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