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형제애의 향기" - 5.1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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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1-05-11 | 조회수426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1.5.11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사도8,1ㄴ-8 요한6,35-40
"형제애의 향기"
오늘은 ‘공동체의 친교’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마침 부산분도수녀원에서 ‘한국 베네딕도회 수도자 모임’이 있었고, 수도자들과 강사로 초빙된 루이제 아빠스님과의 질의응답에서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공동체의 친교가 집단이기주의로 변질될 염려는 없겠습니까?”
어느 수도자의 서면 질문에 대한 아빠스님의 정확한 답변입니다.
“그 반대입니다. 진정한 형제애의 친교는 열려있는 친교입니다. 오히려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주님의 제자공동체가 되어 세상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 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진정 친교의 공동체는 세상 사람들에게 마음의 쉼터가 될 수 있습니다.”
요지의 답변이었습니다. 진정한 형제애의 공동체는 세상에 열려있는 매력 있는 공동체요, 저절로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흡인력 있는 공동체가 될 것이란 이야기였습니다.
벌들이 없어진 오늘날의 현실이라 이런 예를 들기가 마뜩찮지만, 마치 활짝 열린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에 저절로 벌들이 날아오는 이치와 같습니다. 아, 이렇다면 성소모임이 없어도 성소자들은 공동체의 향기를 맡고 찾아오겠고 피정자도 끊임없이 찾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형제애가 충만한 친교의 공동체 자체보다 좋은 선교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 다음 질의응답도 잊지 못합니다.
“옛날 사막 수도자들은 혼자 살면서 어떻게 친교를 나누었습니까?”
날카로운 질문이지만 답변 역시 좋았습니다.
“혼자 살아도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혼자라도 하느님과 일치함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이 있었고 세상에 활짝 열려있어 손님 환대에 충실했습니다.”
하느님과 일치할수록 세상에 활짝 열린 ‘사랑의 꽃’같은 사람들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랬고 독서의 주님의 제자인 필리포스가 그랬으며 오늘의 많은 믿는 이들이 그렇습니다.
강사이신 이태리 소재의 올리비타노 수도원의 루이제 아빠스님이 바로 그랬습니다. 한국에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빠스님의 절친(切親)인 이연학 요나 수사님과 음악 콘서트의 밤에 우리말로 ‘고향의 봄’을 노래할 때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향의 봄을 들으며 향수에 젖었습니다. 이어 신록의 젊음으로 빛나는 수녀님들의 형제애 가득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합창이 별세계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수도공동체가 세상 사막과 같은 바다에 홀로 떠있는 꽃 같은 섬 같다는 생각도 순간 들었습니다.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누구보다 당신을 보내신 하느님을 믿고 사랑하여 일치된 삶을 사셨기에 강한 흡인력으로 제자공동체를 이룩한 예수님이셨음을 봅니다.
주님은 또 당신께 저절로 끌려와 믿고 사랑한 이들에게는 어김없이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매일의 미사가 우리를 강하게 끌어들이는 까닭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오늘 독서의 필리포스의 활약이 참 눈부십니다. 그를 통해 주님이 활동하시기에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삶입니다. 군중은 그가 하는 말에 모두 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고 이어 많은 사람에게 붙어있던 더러운 영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나갔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불구자가 나았다 하니 친교의 절정입니다.
하여 그 고을에는 큰 기쁨이 넘쳤다 하니 마치 마을 전체가 형제애의 친교 공동체가 된 듯합니다.
하느님과 일치되어 사는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어떠한지 웅변합니다.
어제 본원의 원장 신부님이 들려준 일화도 나누고 싶습니다. 몇 달 전 사순시기 선종하신 김 필립보 수사님에 관한 일화입니다. 선종 두 달 전 병원에서 퇴원하여 상황이 심상치 않아 임종 준비를 하고 병자성사를 받았다 합니다. 옆에 계셨던 97세의 노 수사님이 ‘이제 하느님을 뵙게 되어서 좋겠다.’ 하니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고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나 두 달은 더 사셨다는 것입니다.
이어 선종 이틀 전에 원장 신부님이 방문했을 때 ‘형제들이 내가 떠나기를 바라는가 보지? 그럼 떠나 주지.’ 홀로 자문자답하신 후 이틀 후에 말씀 그대로 떠나셨다는 고승(高僧)다운 일화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어느 수녀님은 도인(道人)이셨다고 반응했습니다.
하느님과 깊은 친교로 일치의 삶을 사셨기에 이런 아름다운 일화가 회자되면서 세상을 떠나신 후에도 사랑의 향기로 남아있는 수사님입니다.
살아생전에 휴가가 되어도 갈 곳이 없어 서울 수도원에 머무실 때, 젊은 수사님이 뵙기가 딱하여 시내 남대문에 모시고 가서 옷에 걸칠 잠바나 바지 하나만 사드려도 너무나 기뻐하셨다 합니다.
정말 소박한 향기가 물씬 나는 많은 추억의 선물을 남겨주시고 세상을 떠나신 김 필립보 수사님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주님과의 친교의 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향기로운 꽃이 되어 살게 합니다.
- 온 세상아, 하느님께 환호하여라. 그 이름, 그 영광을 노래하여라. 영광과 찬양을 드려라. 하느님께 아뢰어라. “당신의 하신 일들 놀랍기도 하나이다!”(시편66,1-3ㄴ).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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