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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초의 여의도 ‘우중미사’에서 받은 감동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5-13 조회수399 추천수4 반대(0) 신고
                    최초의 여의도 ‘우중미사’에서 받은 감동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매주 월요일 오후에는 서울을 갑니다(이 얘기를 여러 번 해서 여러 번 들은 이들도 있겠지만, 오늘 처음 듣는 이도 있을 터). 지난 2월 설 명절 전에 단 한번 빠졌을 뿐이니, 엊그제 5월 9일까지 도합 스물 두 번을 간 셈입니다.

5월 9일의 제23차 ‘월요 시국기도회’는 빗속에서 거행되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미사를 지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다행히 폭우는 아니고 가랑비 성격의 비여서 신자들은 우산을 쓰거나 우의를 입은 채 무난히 참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스물한 분 사제들은 제대 위에 설치한 텐트 안에 좀 더 다정한 모습으로 옴당겨 서서 공동 집전을 했습니다.



▲ 최초 여의도 ‘우중미사’ / 5월 9일의 제23차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 - 거리미사’는 빗속에서 거행되었다. 다른 날들보다 더 많은 신자들이 참례했다.  

지난해 가을에서 겨울로, 또 겨울에서 봄으로 두 번 계절이 바뀌는 동안 5월 9일 이전에는 여의도 ‘거리미사’가 눈이나 비로 방해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눈이나 비가 미리 내리든지, 미사 후에 내리든지 하며 미사 시간을 비켜주곤 했습니다.

겨울 한철 혹한 속에서 두 손을 호호 불어가며 미사를 지낸 적들은 있지만, 묘하게 눈이나 비로 방해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기는 할지언정 그것이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습니다. 삼라만상의 조화와 이치 속에서 눈이나 비는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더라도, 그 천지조화 속에서 미사는 계속될 터였습니다. 눈이 내리건, 비가 쏟아지건, 바람이 불건 변함없이 월요일 저녁에는 여의도 거리에서 미사가 거행될 터인즉, 일기불순과 상관없이, 또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더더욱 신자들이 많이 오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하느님께 눈이나 비가 미사를 방해하지 않는 좋은 날씨만을 계속 주시기를 기도하지 않은 것입니다. 눈이나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많은 신자들이 모여 더욱 열심히 기도하며 미사를 지내는 진짜 ‘은총’을 빌었던 거지요.   
             

▲ 우리 부부 / 여의도 '거리미사'에 아내도 처음 함께 했다. 아내는 ‘비를 맞으며 미사를 지내는 건 특별한 은총’이라고 했다.  


9일에는 아침부터 간간이 비가 내렸습니다. 가랑비가 간헐적으로 내린 곳도 있고, 호우가 쏟아진 곳도 있었습니다. 4대강 공사와 관련하여 곳에 따라서는 모종의 피해가 생길 수도 있으리라는 예감을 갖게 하는 비였습니다.  

여의도 거리미사가 괜히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처음으로 ‘우중미사’를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상한 흥분마저 갖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내리면 신자들이 적게 오실지도 모르니 나는 반드시 가야한다는 생각도 했고, 가족을 동반해야 한다는 생각도 의무감처럼 어기차지는 것이었습니다.

고맙게도 징검다리 휴일 덕분에 ‘효도방학’을 지내는 아내는 처음으로 동행을 하기로 했고, 이미 여러 번 동행한 경험이 있는 대학 휴학 중인 딸아이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직장에 매인 탓에, 또 중병을 치르신 노친(시어머니)을 모시고 사는 처지라서 그동안 한 번도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아내는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있었습니다. 최근에 또 한 차례 몸살을 앓으신 노친을 혼자 두고 세 식구가 모두 몇 시간 동안 집을 비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오후 3시쯤 출발해서 서울에서 저녁을 먹고, 7시 30분 미사에 참례한 다음 곧바로 돌아오기로 계획을 세우고 노친께 잘 설명을 드렸지만, 또 혼자 사는 동생에게 오늘 저녁 한 끼만 어머니 모시고 나가 외식을 하도록 단단히 부탁을 했지만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 스물한 분의 사제 / 5월 9일의 제23차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에는 스물한 분의 사제가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비가 오는 관계로 처음으로 텐트 안에서 미사가 거행되었다.  
ⓒ 정의구현사제단 - 시국기도회

노친을 혼자 두고 세 식구 모두 빠져나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무거운 회의 가운데서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 경기도 안산에서 사는 누이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안양에서 사시는 누님과 함께 오후 1시 40분 버스로 태안엘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날(8일) 어버이날에 친정에 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 누님과 동생이 만사제폐하고, 더욱이 동생은 가게 문까지 닫고 친정엘 온다는 것이었지요. 뿐만 아니라, 친정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10일 아침에 돌아가기로 했다니, 나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누님과 동생에게 여의도 거리미사 얘기를 하며, 세 식구 모두 마음 놓고 서울을 갔다 올 수 있게 된 것을 크게 기뻐했습니다. 누님과 누이동생도 기뻐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누님과 누이동생도 다음에는 꼭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하기로 지레 약속을 했고….

이렇게 해서 우리 세 식구는 어버이날 다음날 친정을 찾은 누님과 누이동생 덕분에 아무 걱정 없이 기쁜 마음으로 서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아내를 포함한 세 식구가 함께 여의도 거리미사에 참례하기는 정말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고시 공부를 시작하여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는 아들 녀석이 빠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 역 3번 출구 앞 미사 장소에 도착하였을 때, 아내는 승용차 트렁크 안에서 비닐 비옷을 꺼내 입으며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 성체축성 / 제23차 천주교 ‘월요 시국기도회 - 거리미사’는 인천교구 사제들이 주례와 강론을 맡았다.  


“여의도 거리미사에 처음 참례하는 날 비가 오는 것도 내겐 축복일 것 같아요. 밤에 비를 맞으며 미사를 지낸다는 거, 정말 특별한 일이잖아요?”
“그럴 것 같군. 난 이 경험이 처음은 아니야.”
“무슨 말이에요? 여의도 거리미사 때 비가 오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면서요?”
“2009년 ‘용산미사’에 참례하면서 두어 번 비를 맞았거든. 밤에 한데서 ‘우중미사’를 지내는 거, 당신 말대로 특별한 은총일 거야.”

내가 아내를 격려하자, 아내는 한 손을 내 앞에 펼쳐보였습니다. 나도 한 손을 펼쳐 보였고, 우리 부부는 짝 소리가 나게 두 손을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함께 걸음을 옮겨 제대 가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사 도중에 나는 슬며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수많은 우산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신자들은 다른 날들보다 더 많이 오신 것 같았습니다. 영성체 시간에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분 남성 신자가 우산을 받쳐 든 가운데 두 분 사제가 성체를 분배하는데, 영성체 시간이 유난히 긴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후 신자들은 이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인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세 드신 한 분 형제님이 내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 비가 오지 않았다면 미사에 못 왔을지도 몰라요. 비가 오는 걸 보니까 꼭 미사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왔어요.”

그 말에 화답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아마 오늘 미사에 오신 분들 대부분이 그런 마음이셨을 겁니다.”

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감동의 실체 같은 것을 확실히 체감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여러 형제자매들과 악수를 나누는 내 손에 더욱 힘이 가는 것도 즐겁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 미사 중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칠 때 신자들은 우산을 높이 들고 흔들며 더욱 힘차게 노래했다.  


아내와 딸아이를 태우고 태안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미사를 주례하신 인천교구 노동/환경 전담 장동훈 신부님의 말씀과 인천교구 송내1동성당 안승현 신부님의 강론 내용을 찬찬히 음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보신 청주교구 금천본당 주임 김인국 신부님이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소개한 20세기 가톨릭 최고의 영성가 토마스 머튼 수사님의 말씀을 뇌어보았습니다.

“하느님 한 분만을 찾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정치적 결단과 사회적 책무를 다함으로써 그리스도를 완전히 따르고자 하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 현세문제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인간사회에 대해서는 관심을 저버린 채 하느님과 관계된 일에만 온전히 자신을 바치겠다는 것은 사이비 영성이다. 그런 사이비 영성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만에 하나 그리스도인들이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지도력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중대한 직무유기요, 하느님께 대항하는 반역의 죄를 저지르는 어리석음이다.”


11.05.13 16:05 ㅣ최종 업데이트 11.05.13 16:05  지요하 (sim-o)
태그/ 천주교 시국기도회, 여의도 거리미사
출처 : 최초의 여의도 '우중미사'에서 받은 감동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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