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이라는 말을 많이 하며 살아갑니다. 사랑으로 웃고 울고 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도 사랑할 때고, 가장 불행한 순간도 사랑이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가 있는 본당 옆에는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어느 날 그 학교 학생들이 찾아왔는데, 자세히 보니 신학생 시절 함께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찾아온 것입니다.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학생들이 빨리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식사시간을 쪼개서 왔다는 것입니다. 그 말에 너무 고마웠고 미안했습니다. 잠시라도 함께하기 위해 식사시간을 줄인 것입니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시간을 쪼개서 찾아왔습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준 사랑보다 지금 아이들의 사랑이 더 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일로 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바쁘다는 생각에 주님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이 내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서 나와 맞는 사람하고만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야 사랑이 줄기차게 흘러나올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닮게 됩니다. 하지만 주님께 머물러 있을 때 우리는 주님을 닮게 됩니다. 우리는 제한적 사랑이 아닌 무제한적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한테는 모든 순간이 사랑의 순간이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간곡히 내 사랑 안에 머물라고 합니다. 우리의 시작은 주님의 사랑에서 나와야 하고 우리의 마침도 주님의 사랑이어야 합니다. 주님 사랑으로 행복하시고 그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박동순 신부(청주교구 구룡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