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는 하느님한테서 생명을 받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넘치는 사랑으로 우리를 창조하셨습니다. 우리한테는 이 세상에서 해야 할 고유한 임무가 있습니다. 사제인 저는 성사를 집전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부모로서의 임무가 있고, 자녀 또한 임무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받은 각자의 임무가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목자입니다. 목자가 아닌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크든 작든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영등포 요셉의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숙소는 성모자헌의 집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이 낯설었는데, 함께하는 사람마저도 너무 낯설었습니다. 어느 날, 한 분이 밤에 자기 방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걱정을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갔습니다. 주눅 들어 움츠리고 있는데 그분은 이불 속에서 통닭을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통닭을 따뜻하게 하려고 이불 속에 넣었던 것입니다. 그분은 제게 힘내라며 먹으라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더 먹고 힘내야 할 사람은 오히려 그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귀하게 모은 돈을 저를 위해 기꺼이 쓰고 용기와 힘을 주는 모습에서 ‘내가 괜한 선입견을 갖고 살았구나.’ 하는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분은 요셉의원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줘서 생활하는 사람이었고 당시 저를 이끌어 준 목자였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가서 오히려 봉사의 의미를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사람도 제외됨 없이 우리 모두는 삶의 자리에서 목자입니다. 그런데 착한 목자가 되어야 합니다. 복음에 매우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지금 나한테 주어진 임무에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목숨을 바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가득 받게 될 것입니다. 목숨을 다해 착한 목자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박동순 신부(청주교구 구룡천주교회)
|